대다수 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해온 애플이 자국민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결국 꼬리를 내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첨단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해 10억달러(1조1,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 것”이라며 “펀드가 투자할 첨단 제조기업을 이달 중 발표해 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애플도 인터뷰 직후 이 같은 방안을 시인하며 “애플은 미국에서 8만명을 직접 고용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관련사들까지 합치면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쿡 CEO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애플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이를 통해 정부의 과세안까지 피해가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애플이 중화권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해 국내 일자리 창출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애플은 이날 최초로 직원 8만명의 각 주별 고용분포도까지 공개하며 해외 생산지에 의존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려 했다.
쿡 CEO는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 창출이 기업이 해야 할 일인지 묻는다”며 “기업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가치를 둬야 한다는 게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일자리를 돌려주는 것이 그러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쿡 CEO는 인터뷰에서 “애플이 펀드를 조성하려면 자금을 빌려야 한다. 해외 이익을 국내로 들여오는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며 트럼프 정부에 세금 문제 해결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에둘러 전달했다. 애플은 해외에 2,568억달러의 현금을 쌓아놓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자국 기업이 해외 현금을 국내로 가져올 때 1회성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정부의 압박책을 국내 투자안을 통해 무마하려는 애플의 구애 조치로 보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