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무렵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워킹맘 박사랑(가명)씨는 요즘 둘째 아이를 낳으려고 마음먹었다. 육아 휴직급여가 크게 올랐고 남편도 무조건 총 4개월의 육아휴가·휴직을 쓸 수 있게 돼 여러모로 출산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꿈도 꾸지 말라”며 펄쩍 뛰었을 남편도 요즘에는 은근히 아이 낳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물론 아이를 한 명 더 교육시켜 출가까지 시키려면 그만큼 부부의 노후 대비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이 다소나마 올랐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도 50%로 인상될 예정이라고 하니 박씨는 마음을 다잡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집권하면 그려볼 수 있는 가상의 미래상이다. 5명의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진보적 정책을 내놓았던 심 후보는 집권 즉시 복지확대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었다. 노동개혁도 심 후보의 우선순위 공약 중 하나다. 이 공약이 실현됐다면 가상인물인 박씨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보자. 박씨는 오후5시면 일단 ‘칼퇴근’을 한다. 주당 근무시간도 35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회사에서 방침을 세웠다. 밤늦도록 공짜로 야근을 강요당하는 일도 사라졌다. ‘포괄임금제’가 금지된 덕분이다. 그러나 형식적인 노동환경 개선이 곧바로 박씨 삶의 질적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회사 측이 사전에 계약직들을 대거 해고했다. 정규직을 더 뽑을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박씨를 비롯해 기존 직원들의 업무량은 상대적으로 더 늘게 됐다. 그렇다고 야근을 공식적으로 할 수도 없으니 집에 가서 ‘나 홀로 근무’를 비공식적으로 한다.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에 반전세로 살고 있는 박씨는 연말이 걱정이다. 집주인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세금이 늘어난 만큼을 월세나 보증금에 전가시켜 더 올려달라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후보 시절 종합부동산세와 소득세·상속세 등 각종 세금에서 추가로 10~20%를 더 걷는 방식으로 ‘사회복지세’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이 실현돼 육아 등의 재원을 충당해주기는 했지만 정작 부자·중산층 세 부담이 전월세 인상 등의 형태로 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박씨는 남의 일이 아니라며 우울해한다. 새 정부가 월세 비용과 이사비중개수수료를 소득공제해주는 제도를 실시했지만 소득 자체가 적은 박씨와 같은 서민들에게는 소득공제 자체가 큰 도움이 안 됐다.
사내커플인 박씨의 남편 안정해(가명)씨는 요즘 직장에서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일을 맡고 있어 고심 중이다. 안씨의 회사가 납품하는 대기업이 국내 고용규제강화, 새 정부의 대미통상마찰 심화 등을 이유로 주력 생산공장을 아예 해외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국내 협력업체들도 줄줄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나마 병원비의 주범인 비급여를 없애고 병원비의 80%를 보장하도록 건강보험제도를 개편한 것은 안씨와 같은 서민에게 큰 도움이 됐다. 새 정부는 본인이 부담하는 나머지 20%도 100만원이 넘지 않도록 상한을 설정했다.다만 병원 이용객이 늘어 기존에도 예약 대기가 길어 이용하기 힘들었던 큰 병원들은 이제는 예약해도 2~3년 후에나 진료를 봐야 하는 지경이 됐다. 개인병원들도 잔병에도 진료를 받으러 달려오는 시민들의 과잉복지 수혜로 연일 북새통이 됐다. 의료비 부담은 줄었지만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은 오히려 떨어졌다. 건보재정도 위기라는 뉴스가 연일 미디어를 타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