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영국의 한 음악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앤디 클러터벅과 제임스 해처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광팬이고, 혼자서 음표들을 끄적이고 노래를 만든다는 점이다. 입학 첫날 대화를 나눈 둘은 함께 음악을 즐기게 됐고 어느덧 함께 음악을 만들어보기로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밴드 이름은 평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앤디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에서 영감을 받아 일본말로 ‘속마음’을 뜻하는 ‘혼네(HONNE)’로 지었다. 이들은 함께 만든 첫 곡 ‘웜 온 어 콜드 나잇(Warm on a Cold Night)’을 시험 삼아 음악 유통 플랫폼인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고 한 달도 안 돼 청취 횟수가 수십만에 달했다. 이후 이들의 음악은 애플 뮤직, 유튜브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2015년부터는 한국에서도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앨범 판매량이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힐 수준이 됐다. 혼네가 늘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꼽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내한 공연을 열었던 이들은 이틀이었던 공연 기간을 하루 더 연장했고 팬들과 클럽파티까지 즐기고 갔다. 그리고 6개월만에 서울재즈페스티벌(27~28일)로 두 번째 방문을 앞두고 있다. 내한에 앞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혼네는 “모든 노래를 함께 불러주고 환호해줬던 한국 팬들을 잊을 수 없다”며 “이번에도 모든 관객이 따라 부를만한 노래들을 들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웜 온 어 콜드 나잇’은 이제 국내에선 익숙한 곡이 됐다. 국내 한 침대 회사에서 광고 BGM으로 쓰고 있을 정도다. 페이스북 등 SNS에는 ‘새벽 감성을 저격하는 음악’이라며 매일같이 혼네의 음악이 소개된다. 영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그들의 진심이 통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우리만의 이야기와 우리만의 사운드”를 꼽았다. 두 사람 모두 작곡을 하지만 작사는 주로 앤디가 맡는다. 제임스는 “내가 음악을 만들면 앤디가 그에 맞는 보컬 라인들을 잔뜩 만들어온다”며 “우리의 진심을 담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낭만적이면서도 소울 가득한 사운드를 담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앤디가 쓰는 가사의 소재는 자신 혹은 그 주변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다. ‘코스탈 러브(Coastal Love)’는 실제 앤디가 여자친구와 6개월간 떨어져 있으면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는데, 장거리 연애의 긍정적인 부분들 가사로 풀어냈다. 앤디는 “내가 쓰고 부르는 가사가 나에게 진실하고 정직해야 무대에 서서도 잘 부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름에 걸맞게 ‘속마음’을 담은 노래를 부르려는 그들만의 비법인 셈이다.
데뷔 4년차에 불과하지만 이들에 대한 찬사는 그들 스스로 과분하게 느낄 정도다. 그중 으뜸은 ‘모던 비틀스’라는 평가다. 제임스는 “비틀스는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뮤지션인데 그 기대에 부응하려면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그런 평가를 받기엔 굉장히 이르고 앨범을 몇 장 더 낸 다음에 소감을 말해주겠다”고 짓궂게 말했다.
이들의 작업 방식은 마치 오픈 이노베이션을 표방하는 IT 기업 같다. 그들이 만든 음악을 누군가 대신 부를 수도 있고 한 곡을 숱한 가수들과 다시 작업해 리믹스 앨범을 잇달아 선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도 아미네(Amine)와 작업한 ‘웜 온 어 골드 나잇’ 리믹스 싱글을 내놨다. “과거에 했던 일에 제약받지 않기 위한” 이들만의 몸부림이다. 국내 가수들에 대한 관심도 크다. 혼네는 “한국 뮤지션들은 놀랍도록 재능이 많은데 그들이 우리를 좋아해 주는 게 영광”이라며 “랩몬스터, 빈지노와 꼭 음반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