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전직 경제장관들 10대 제언]"우물 넓혀야 물 더 많이 퍼내...재정 확보하려면 세원 확대를"

특정계층에 세수부담 편중

면세축소·부가세 이원화 등

전반적 조세제도 개혁 필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다음 정부는 나랏돈 쓸 일이 많다.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교육 개혁, 국방력 강화 등 하나같이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후보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공약이행 재원은 18조~110조원에 달한다.

대선후보들이 제시하는 재원 마련 대책은 차이가 있지만 기존 재정 지출을 절감해 확보하는 것이 1순위고 증세를 한다면 여유가 있는 기업들과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방안이 주류다.


전직 경제부처 장관들은 이 같은 재원마련 계획을 두고 “실효가 없고 부작용만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깊은 고민이 없었다는 얘기다.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통령 당선자마다 필요 재원을 주로 기존에 있는 예산에서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재정 절감으로 연평균 16조3,0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장담했던 박근혜 정부는 1년에 약 9조원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결국 담뱃세 인상이라는 꼼수를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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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역시 특정 계층과 세목에 편중할 게 아니라 전반적인 조세 제도 개혁을 통해야 한다고 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근로소득 상위 19%가 세금 90%를 내고 있고 하위 47%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소수에게 세수 부담이 편중된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더 높이면 세수 확보와 소득 재분배에 악영향만 줄 것”이라며 “물을 많이 걷으려면 우물을 넓혀야 하듯이 세금을 더 확보하려면 결국 세원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후보들은 법인세의 최고세율·실효세율 인상, 최고 과표구간 신설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경제가 살아나려면 어쨌든 기업의 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법인세를 높이면 투자와 일자리 확대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합적인 세제 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조세부담률이 18~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매년 부담률을 조금씩 올려 5년 후에는 22% 정도까지 맞춘다는 식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소득세는 절반에 육박하는 면세자를 대폭 축소하고 법인세는 명목세율보다 실효세율을 올리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부가가치세는 사치품, 내구재 등은 높은 세율로, 일반 품목은 낮은 세율로 이원화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윤 전 장관은 “유럽 국가들은 이원화된 부가가치세 제도를 많이 운영하는데 이렇게 하면 상류층을 상대로 한 과세 비중이 높아 일반 국민의 과세 저항이 적으면서도 자연스레 세수를 늘리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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