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JOB동사니-롯데백화점 ③]현직자가 뽑은 가장 어려운 난이도, 역량면접 체험기





#. “대학생 때 농구동아리를 하셨네요? 동아리 내에서는 어떤 역할이었나요? 본인이 그 역할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유는요?”


모의면접이라고 해서 마음을 굳게 먹지 않았던 기자의 책임이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면접관의 질문에 당황하고 말았다. 헛웃음이 나왔다. 임의로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자소서)에 거짓을 쓰지는 않았다. 막힘없이 대답하지 못한 것은 자소서에 썼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아서였다.

최근 들어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과정’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대외적인 경제 불안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기업들이 움츠러들었다. 악재가 산재한 올해는 취업 문을 뚫기가 더 힘들어졌다. 수십 개의 회사에 자소서를 보내도 서류 합격은 손에 꼽는다. 자소서 작성에 매달리느라 면접 준비는 뒷전이다. 서류 합격 이후 급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 운에 맞기는 수준이다.

2017년 상반기 롯데백화점 공채에는 수많은 지원서가 몰렸다. 5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로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이번 달 개장한 롯데월드타워 호재까지 겹치면서 취준생에게 인기를 끌었다. 서류를 통과하려면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이겨내야 한다. 말이 쉽지, 고등학교 때로 치면 반에서 1등이나 2등을 해야 합격할 수 있다.

첫 난관을 이겨낸다 해도 최종면접 경쟁을 치러야 한다. 롯데백화점의 면접은 쉽지 않다. 역량면접에 임원면접과 토론면접, 외국어 면접까지 전 과정이 하루에 진행된다. 그만큼 준비하기 어렵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면접은 뭘까. 경험자들은 대부분 역량면접을 꼽는다. 40~50분의 시간을 면접자 혼자 버텨야 하는 탓이다. 바로 앞에는 롯데백화점의 과장·차장·부장급 직원 두 명이 면접관으로 앉아 있다. 자소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질문이 쏟아진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지원자는 버벅거릴 수밖에 없다.

인사담당자에게 역량면접의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마침 대학생들을 상대로 모의면접을 진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소서를 준비하면 면접을 경험할 수 있단다.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어 자소서를 완성했다. 치열한 서류 경쟁률을 뚫은 셈 치고 면접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압박’ 아닌 ‘역량’ 면접

기자가 찾은 곳은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의 취업센터 내에 마련된 모의면접실. 도착했을 때는 한 학생의 모의 면접이 진행 중이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앉아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었다. 기자의 마음도 긴장되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의 모의 면접실로 들어가자 면접관 두 명이 기자를 반겼다.



양승훈 매니저와 오세은 매니저가 모의 면접관이었다. 롯데백화점의 매뉴얼에 따라 면접이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압박면접이 아니니깐 긴장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임해주세요. 자소서 내용에 거짓 경험만 없다면 어렵지 않을 거예요.”

첫 인사말부터 중요한 힌트가 나왔다. ‘압박’이 아닌 ‘역량’ 면접이라는 것. 지원자의 심리를 흔드는 황당한 질문 등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면접관의 말은 사실이었다. 초반부터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지원자가 긴장하면 실제 경험한 일인데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수 있는 탓이다.

면접실에 들어가기 전 살짝 긴장했던 마음이 풀렸다. 사실대로만 대답하면 된다고 하니 어려울 게 없겠다 싶었다. 어렵지 않을 거라는 면접관의 말이 거짓이라는 건 면접이 시작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준비 없이는 필패



“자..잠시만요.”


면접관들은 분명 자소서 내용을 기반으로 질문을 던졌다. 기자의 준비가 부족했던, 아니 전혀 돼 있지 않은 탓에 자꾸만 말문이 막혔다. 첫 질문은 답하기 쉽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자소서에 적힌 경험을 묻기 때문. 문제는 그 답변에 이어지는 꼬리 질문이다. 지원자의 경험을 더 깊고, 분석적으로 파고든다. 기자를 예로 들면, 면접관들은 첫 질문으로 농구동아리에서의 역할을 물었다. 자소서에 쓴 대로 “1년 동안 주장이었다”고 답하자, 곧바로 질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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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과 팀원 중 본인이 더 적합하다고 여기는 위치는 무엇인가요?”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잠깐 망설이다 주장에 더 적합한 것 같다고 입을 뗐다. 간신히 만들어낸 이유도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나서는 걸 좋아했다. 리더가 되고 싶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내용이었다.

다음 질문은 더 어려웠다. “리더로서 동아리 내에서 기존 방식과는 다른 도전을 해본 일이 있나요?” 면접을 시작하고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이런 식으로 최소 30분을 더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치자 식은땀이 흘렀다. 당황한 표정을 봤는지 면접관들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지원자가 대답을 못할 경우 캐묻지 않고 자소서의 다른 내용으로 넘어간다. 감점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사실 지금 묻는 내용은 1단계입니다. 총 5단계까지 심층 질문을 들어가요. 거짓말을 하는 지원자는 드러날 수밖에 없죠.”

면접 전에 자소서 내용을 철저히 분석하고 정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준비 없이는 ‘필패’다. 거짓 경험을 쓰지 말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면접관 2명을 상대로 혼자 들어가는 면접에서 40~50분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양보다는 질



역량면접에서는 지원자의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플러스’ 점수를 주지 않는다. 두 면접관은 “한 가지 경험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의미를 얻었는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리나 대외활동에서 리더 역할을 해야 할 필요도 없다. 조직 내의 모두가 리더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팀원이었어도 집단 내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고, 비효율적인 일을 개선한 경험이 있다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경험 안에서 본인이 어떤 역량을 어떻게 키워왔는가다.

“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

40분의 면접 시간이 지나고 면접관들에게 솔직한 평가를 부탁했다. “죄송할 것 없습니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 엉망이었던 면접,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경험 사이에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부족했다는 말이 뒤따랐다.

기자에게는 냉정하게 탈락을 통보한 면접관들. 하지만 다른 지원자들에게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취업 사이트를 참고하거나 컨설팅을 받고 면접장에 오는 지원자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튀는’ 지원자가 유리할 수 있어요. 면접복장도 다들 입는 검은색이나 검은색 정장이 아니라 개성을 조금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옷으로 준비하는 게 인상 깊을 것 같습니다.”

/정순구·강신우·정가람기자 soon9@sedaily.com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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