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1호’는 주주권 행사 확대를 통한 기업 감시 강화와 서민 소득증대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선 바로 다음날부터 임기를 시작한 탓에 당장 금융정책의 큰 틀을 흔들지는 않는 대신 새 정부의 색채를 잘 반영하고 해결이 시급한 현안부터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이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자본시장 관련) 공약이 기존 금융위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0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새 정부는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스튜어드십코드 강화와 통장 하나로 은행 예·적금부터 금융투자 파생상품까지 투자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확대를 첫 자본시장 정책으로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대선 전날인 8일 문재인 당시 후보는 “자본시장을 적극 육성해 기업의 투자재원 조달을 뒷받침하고 중산·서민층의 건전한 재산형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두 개의 정책을 콕 집었다.
이 가운데 스튜어드십코드는 현 민간 기관인 기업지배연구원 주도로 운영되는 자율 규제에서 법에 직접 명문화하고 관련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 규제라 아직 참여 기관투자가가 한 군데도 없어 실효성 논란이 있었는데 이를 불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연일 고점을 경신하는 코스피의 상승 동력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꼽기도 했다. 이용섭 당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비상경제대책단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코드를 실효성 있게 시행하는 등 자본시장 발전의 걸림돌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참여를 꺼려왔던 국민연금도 어쩔 수 없이 태도를 바꿀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증시의 큰손이자 기관의 맏형인 국민연금이 참여하면 300여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뒤따라 가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연금도 최근 스튜어드십코드와 관련한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내며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SA는 가입자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만큼 가계부채를 줄이면서 동시에 서민의 소득을 늘리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출시 당시 ‘만능통장’이라 불렸던 ISA는 생각보다 낮은 혜택과 수익률로 가입자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행 ISA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는데 이를 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주부와 청년·은퇴자 등을 포함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또 비과세 혜택을 현재의 두 배로 늘려 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현행 200만원(서민형 250만원)에서 400만원(서민형 500만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중도 인출 역시 5년간 못 찾는 것에서 납입액의 30% 이내로는 1년에 한 번 허용하는 것으로 바꾸는 식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