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파운드리 독립... "비메모리 키워 글로벌 반도체 시장 평정"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삼각체제 개편]

자율주행차·웨어러블기기 등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수요 늘어

작년 파운드리사업 매출 80% ↑

글로벌 점유율 3위권내 목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부가 위치한 기흥캠퍼스 전경.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안에서 파운드리를 독립시켜 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사진제공= 삼성전자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부가 위치한 기흥캠퍼스 전경.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안에서 파운드리를 독립시켜 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사진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가동한다. 메모리반도체의 최강자인 삼성은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비메모리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팀을 독자 사업부로 승격하는 방안의 조직개편을 12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사업별 전문성 강화로 고객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책임경영을 통해 각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시스템LSI 사업부를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업으로 분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 반도체는 메모리·시스템LSI(팹리스)·파운드리 등 ‘삼두마차’ 체제로 재편된다. 이번 조직 개편에는 시황에 따라 급변하는 메모리 시장의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인 ‘반도체 왕국’을 구축하겠다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와 파운드리(위탁 생산업체)로 이원화돼 있다. 품목도 훨씬 다양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자율주행차·인공지능(AI)·웨어러블 기기 등이 갈수록 고성능의 시스템반도체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은 팹리스 쪽에서도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분야가 전공 분야에 더 가깝다. 메모리반도체에서 쌓은 반도체 미세공정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오는 24일 미국에서 열리는 ‘삼성파운드리포럼’에서 시스템반도체 분야 8나노와 6나노 공정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기술적 세부사항을 공개할 계획이다. 10나노 공정까지 진출한 반도체 업계에서 6나노 공정 기술 로드맵을 내놓은 업체는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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팹리스와 파운드리가 합쳐져 있는 삼성의 조직 체계에 대해 클라이언트인 다른 팹리스들의 반발이 있었던 것도 이번 사업부 독립의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합쳐져 있는 모델이다 보니 반도체 설계를 하는 팹리스 입장에서는 삼성에 위탁 생산을 맡길 때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삼성 내부에서는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 최대 고객사였던 애플을 대만 TSMC에 빼앗긴 후 파운드리 사업부의 독립이 시급하다는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부 독립을 통해 팹리스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권 부회장은 5~6년 전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성장엔진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해왔다.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매출이 급증하며 수익기반이 다져진 점도 이번 사업부 독립에 힘을 실어줬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지난해 45억1,800만달러(약 5조 1,000억원)로 전년 대비 80%가량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퀄컴의 스마트폰 AP인 ‘스냅드래곤 835’를 양산하고 있으며 다양한 품목에서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가 독립되면 삼성은 고객 확보가 더 용이해질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결국 ‘삼성디스플레이’와 같은 모델로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시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사업 분사 계획을 내놓았다.

이번 조직개편이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나온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은 조 단위 투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지만 조직개편과 인사 등 전문경영인의 재량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은 정상화를 시작하고 있다. 오너 부재 상태라는 이유로 체질 개선이 너무 미뤄지면 시시각각 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의 파운드리사업이 한층 경쟁력을 갖춘다면 올해 업계 3위인 대만 UMC는 물론 2위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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