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코스닥, 한국의 나스닥 되려면

성명기 이노비즈협회 회장

여의시스템 대표





미국 나스닥시장은 정보기술(IT) 벤처혁명의 산실에서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로 가는 열차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 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IT 혁명을 주도했던 마이크로소프트·애플·인텔 등이 나스닥에서 조달한 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테슬라·구글 등 신기술 기업들이 모두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다섯 개 기업 중 네 개가 나스닥 상장기업이다. 이 같은 미국 시장의 사례는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등장한 신산업을 차별화된 자본시장이 지원해 경제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준 모범적인 선순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우리나라 상황에 대입해보면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로 평가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은 우리나라가 벤처혁명을 통해 IT 강국으로 자리 잡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상당수 코스닥 대표기업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면서 이제 코스닥에는 나스닥의 애플·구글·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남아 있지 않다. 게다가 최근에는 시장 대표주인 카카오가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올 3·4분기 내 이전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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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코스닥시장이 강소기업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시장의 생리를 알지 못하는 단견일 뿐이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코스닥시장의 외연을 넓혀줘야 기관·외국인 등 안정적 투자수요가 유지되고 강소기업에도 풍부한 자금이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외된 상권에 아무리 좋은 음식점을 열어도 장사가 안되는 것처럼 대형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족한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풍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다.

물론 시장 이전을 고민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장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됨으로써 투자수요가 확충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현재 코스닥 대장주로서 누리고 있는 시장의 관심과 코스닥시장의 높은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고려하면 과연 현명한 결정인지 의문이다. 또 좁게는 후배 벤처인들에게 보다 나은 자금조달 환경을 제공하고 넓게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시장 이전 문제를 재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거래소도 이 기회에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시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의 전통산업 중심 경제체제는 저성장·저소비, 높은 실업률 등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의 힘겨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다행히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한 벤처산업이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지금 그러한 성장의 싹이 만개할 수 있도록 벤처업계의 리더들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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