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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개콘 900회’②] 위기 속 900회…결국은 ‘소통이다’

대한민국의 ‘개그 판도’를 바꾼 '개콘'의 최장수 비결은?

일요일 밤을 책임지며 숱한 시청자들에게 ‘월요병’을 선사해왔던 KBS2 ‘개그콘서트’가 어느덧 900회를 맞이했다.

1999년 9월 첫 방송된 이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나이는 어느덧 19살. 19년이라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려 온 ‘개그콘서트’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이자 역사상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사진제공=KBS사진제공=KBS


SBS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 tvN ‘코미디 빅리그’ MBC ‘개그야’ 등 비슷한 포맷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때로는 ‘개그콘서트’ 보다 더 큰 웃음을 선사하며 사랑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개그콘서트’와 같은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은 드물다.

지금은 ‘공개 코미디’가 코미디의 정석으로 느껴지지만 콩트드라마 형식의 녹화 코미디 혹은 토크쇼가 사랑을 받던 2000년대 초중반까지 ‘개그콘서트’는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이끌기 충분했다. 실험적인 정신이 강했던 ‘개그콘서트’는 빠르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나갔고, 이후 대한민국의 ‘개그 판도’를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주었다.

1999년 ‘개그콘서트’은 TV라는 미디어에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보여줄 법한 ‘개그 공연 형식’ 결합시킨 상당히 획기적이면서도 파격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이른바 연극적인 장치들을 TV스크린에 담아낸 첫 사례였던 것이었다. 초창기 ‘개그콘서트’는 세트는 물론이고 별도의 소품도 이용하지 않았다. ‘개그콘서트’의 유일한 무대장치는 직사각형의 상자 하나 뿐. 무대에 오르는 개그맨들은 소품을 활용하는 대신 마임으로 모든 연기를 소화했으며, 마당놀이와 같이 방청석과 어울리면서 소통을 꾀했다. 오프닝에서 출연진 전원이 춤과 노래를 보여주거나 막간을 이용해 대걸레, 봉 등을 이용한 난타 등의 공연을 보여주면서 소극장이 줄 수 있는 장점을 십분 발휘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개그콘서트’ 초창기에는 ‘앵콜 코미디’도 존재했었다. 모든 코너들이 끝난 뒤, 방청객의 의견을 듣고 가장 재미있었던 코너의 설정만 가져와서 즉흥적인 애드리브로 이끌어 갔던 ‘앵콜 코미디’는 어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쌍방향 소통’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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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가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통’에 있었다.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들과 달리 ‘개그콘서트’는 중간 중간 풍자와 해학적인 요소들도 존재했으며, 시사와 유행 등에 포커스를 맞춰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을 보여 왔다. 이 같은 ‘개그콘서트’의 노력은 동일한 패턴의 코너를 진행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신선한 웃음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고, 덕분에 다른 코미디프로그램들보다 조금 더 긴 생명력을 자랑할 수 있었다.

수많은 유행어와 코너들을 선보이며 사랑을 받아왔던 ‘개그콘서트’였지만 2015년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이자 일요 예능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호령했던 ‘개그콘서트’는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더니, 그해 6월 동시간대 1위 자리를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게 내준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한국갤럽이 조사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에서도 상위권에 있었던 ‘개그콘서트’는 2015년 7월부터 순위가 하락하더니, 12월 조사부터는 아예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굴욕을 당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개그콘서트’의 몰락은 풍자, 사회비판적인 성격의 개그가 줄어드는 시점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것이다.

물론 흥할 때가 있으면, 기울 때도 있는 법이다. 2017년 현재 ‘개그콘서트’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 사망선고와도 같은 ‘재미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 있어 상당히 침체 돼 있는 상황이다.

‘개그콘서트’는 3주간 ‘900회 특집’을 진행하면서 지난 ‘레전드’를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위기’ 속 900회를 맞이한 ‘개그콘서트’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빠져 자축을 하기보다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온 결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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