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문재인시대...목소리 커진 노동계]들썩이는 강성노조 "使 빼고 政 나와라"...새정부 노사관계 먹구름

단체교섭 앞둔 현대·기아차·한국GM등

새정부 정책 열거하며 요구사항 쏟아내

"비정규직 차별철폐 문제 등 중요하지만

강성노조 폐해 막을 특단 대책도 내놔야"





지난 12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종진(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노정 교섭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2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종진(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노정 교섭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노동계의 목소리는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각사별로 진행되는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에서 노조들은 ‘새 정부 출범’과 ‘새 시대’를 거론하며 새로운 관계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협의기구가 아닌 노정 직접 협상을 제안할 정도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험난해 보이는 노사관계가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그래도 좌파 정권이 보수 정권보다는 노동계와 소통이나 대화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적어도 새 정부가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강성노조의 폐해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달라진 노사 협상 분위기…“새 관계 정립 필요” 목소리=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소속 주요 기업의 임금협상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노조의 목소리가 확실히 커졌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다음날인 지난 11일 진행된 4차 교섭에서 박유기 현대차 노조지부장은 “새 정부가 들어섰고 노정관계·노사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또 “노사관계 혁신은 사측 의지에 담겼다”며 “단체교섭에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단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4차 산업혁명 고용보장 합의, 정년 연장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해 역대 최저인 5.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1·4분기 중국(-14%) 등 글로벌 판매가 급감한 현대차에는 모두 부담스러운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에 공개 축하 입장을 냈던 기아자동차 노조 상황도 비슷하다. 김성락 기아차 노조지부장은 11일 임금협상 상견례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돼 일자리와 재벌개혁, 비정규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회사는 더 이상 비켜나가지 말고 해결 의지를 보이라”고 밝혔다. 한국GM 노조 역시 대선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에 현안 공개질의를 했고 관련 내용을 근거로 노사협상 등 각종 협상에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했던 민주노총도 문재인 정부가 보수 정권과 달리 비교적 노조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판단 아래 각종 요구사항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12일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조 할 권리, 노동3권 보장△노동시간 단축, 청년실업 해소 등 네 가지 정책의제 등을 ‘노사정’ 대화가 아닌 ‘노정’ 직접 교섭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의 일방 양보를 전제로 정부정책을 강행하는 수단”이라며 “불신을 자초한 기구가 아닌 노정 교섭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단협 대치 중인 기업엔 먹구름=임금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수년째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의 시름은 더욱 크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와 아직도 2015년 임급교섭을 진행 중이다. 2016년 임금교섭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3월 조종사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이규남 조종사 노조위원장이 복직하는 등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12일 진행된 협상에서는 또다시 입장 차만 확인했다. 10일 지난해 임단협 1년째를 맞이한 현대중공업의 사정은 더욱 나쁘다. 사측은 기본급 20%를 반납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노조는 오히려 기본급을 올려야 한다고 맞붙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 역시 24차 교섭에도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노조에 우호적일 것이란 기대감이 오히려 협상을 더디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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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제로 정책까지…고용 경직성 우려=현대차 노조는 올해 단체협약에 ‘4차 산업혁명시대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고 변속기가 단순해 인력이 지금보다 20% 이상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사례를 보면 공장 자동화로 일자리는 지금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나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두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급감하는데 비정규직까지 채용할 경우 고용시장의 경직성으로 신규 일자리가 크게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기업들의 노동 유연화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 없지 않다”며 “현실적인 수준에서 정책 단계를 조절해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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