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허도영 "내년엔 러시아서 공연...이위종 열사 손녀 앞에 서고 싶어요"

뮤지컬 '밀사' 주역 허도영

20대에 헤이그 특사됐던

이위종 선생의 삶 재조명

열사가 느꼈을 감정·고민

잘 전달해야겠단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 느껴

뮤지컬 ‘밀사’에서 이위종 역을 맡은 배우 허도영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서울뮤지컬단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뮤지컬단뮤지컬 ‘밀사’에서 이위종 역을 맡은 배우 허도영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서울뮤지컬단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뮤지컬단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과 통치권을 일본에 박탈당한 조선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고종 황제가 파견한 헤이그 특사. 역사를 아는 이들 가운데서도 세 명의 밀사 중 가장 어렸던 이위종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공산당 가입 이력이 있는데다 어린 시절부터 외국 생활을 해 국내에 그와 관련된 기록이 많이 남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헤이그 특사 이야기를 올 첫 신작 뮤지컬로 제작한 서울시뮤지컬단이 느닷없이 주인공으로 이위종 선생을 내세웠다. 분열된 조선에서 자신의 책무를 고민했던 청년 이위종의 삶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에서 이위종 역을 맡게 된 허도영은 이렇게 겹친 우연 속에 그의 이름 석 자에 따라 다닐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됐다.


오는 19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허도영은 “많은 관객들이 나를 통해 이위종 선생을 처음 접하게 될 텐데 당시 선생의 삶, 무너져가는 조국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 고민을 제대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위종 역의 배우 허도영(가운데)이 이상설 역의 박성훈 배우, 이준 역의 이승재 배우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뮤지컬단이위종 역의 배우 허도영(가운데)이 이상설 역의 박성훈 배우, 이준 역의 이승재 배우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뮤지컬단


20대에 밀사가 되어 이상설, 이준과 함께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네널란드 헤이그로 향했던 이위종은 결국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자 조국에 돌아오는 대신 연해주 독립군을 거쳐 러시아 군사학교에 들어가 일본군과 싸우다 독립 직전 실종되고 만다. 이위종의 삶 자체도 파란만장하지만 캐릭터 역시 다채로운 면을 가지고 있다.


“구한말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비롯해 7개 언어에 능통했다고 해요. 20대 조선인으로선 유일한 능력이었을 거고 그만큼 손에 꼽을만한 인재였던 거죠. 선생은 처음엔 나약한 조선의 모습에 실망도 하고 경멸도 했지만 이상설·이준 열사와 이야기하며 조국을 사랑하게 되고 나중엔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그가 느꼈던 감정의 변화, 중압감 이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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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이위종 선생의 탄생 130주년으로 의미 있는 해지만 기념사업회와 박물관을 통해 후대에 기억되고 있는 이준·이상설 열사와 달리 이위종 열사는 국내에선 그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행사조차 없다. 허도영은 “올해 국내에서 선생의 삶을 비추는 공연을 하게 됐으니 내년에는 꼭 러시아에 가서 뮤지컬 ‘밀사’를 재연하고 싶다”며 “특히 이위종 열사의 손녀가 러시아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공연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뮤지컬 ‘서울의 달’에서도 주인공 ‘홍식’ 역을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지만 사실 어린 시절의 허도영은 음치에 가까운 아이였다. 그런 그가 연기 실력에 가창력까지 갖춘 주역급 뮤지컬 배우가 된 데는 끊임 없는 노력이 한몫했다. 특히 요즘은 성악을 전공하고 서울시합창단원으로 활동 중인 누나의 덕도 보고 있다. 허 씨는 “목소리가 워낙 중저음이라 고음역대를 소화하는 게 힘들었는데 요즘도 누나가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하는지 틈틈이 코치해주고 있다”며 “요즘은 노래에 자신이 붙었다”며 눈을 빛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 ‘한바탕 웃음으로’ 등을 작곡한 송시현 작곡가가 주옥같은 넘버들을 만들어 냈다. 그는 “공연 내내 반복되는 멜로디가 있는데 문을 나서는 관객이 그 리듬을 기억해내지 못하면 다음에 공연을 다시 보게 하자며 농담을 했을 정도”라며 “관객들이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를 떠올리며 흥얼거리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다음달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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