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사람을 다치게 해서도 안 되지만 못 달리게 해서도 안 됩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자동차의 두뇌를 인공지능(AI)으로 바꾸는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자동차 혁명을 막는 규제는 부당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16일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개최한 자율주행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인문학적 관점에서 본 자동차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이 전 장관은 “자동차는 인간이 속도를 내기 위해 만들었다”며 “그런데 위험하다며 이것저것 규제를 하고 인간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게 하던 시절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가 속도를 내는 본질과 위험성은 공존하는 것이지 서로 반대 점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루빈의 꽃병’ 그림을 예로 들어 바탕을 검은색으로 보면 흰색 꽃병이 보이지만 바탕을 흰색으로 보면 두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어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4단계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불완전한 뇌를 AI로 바꾸는 셈”이라며 “4단계 자율주행이 되면 앞을 못 보는 사람, 어린이, 노인 모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은 1단계의 조향 또는 가감속 제어 보조, 2단계의 조향·가감속 제어 통합보조, 3단계의 돌발 상황에만 수동 전환하는 부분적 자율주행, 4단계의 완전 자율주행으로 나뉜다. 우리 정부는 오는 2020년 3단계 수준으로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이 전 장관은 “AI를 활용한 차가 나오면 처음 자동차가 탄생했을 때처럼 어떻게든 위험성을 막겠다며 규제부터 만들려 할 것”이라며 “안전과 위험은 늘 함께 있는데 자꾸 망각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 만든 물건 가운데 가장 인터페이스(소통)가 나쁜 것이 자동차”라며 “인간과의 일체감을 이루는 미래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나와 자동차가 하나가 되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데이비드 스트릭랜드 전 미국 도로교통안전청장은 ‘자율주행차를 위한 도전과 혁신’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교통사고 감소뿐 아니라 고령자 등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약자에게 도움이 되고 교통혼잡도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릭랜드 전 청장은 “미국에서 모든 차 사고의 94%는 사람이 잘못해 난다. 스마트폰을 보는 등 딴짓을 하거나 졸음운전·음주운전, 공격적으로 차를 모는 등의 행위로 사고를 낸다”며 “자율주행차는 이러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율주행차를 지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계승하기를 바란다”며 “자율주행차를 도심에서 부자만 사용하게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모든 이해 당사자가 모여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자율주행차 국제 페스티벌 2017’ 행사의 일부분이다. 자율주행차 토크콘서트가 18일 서울대 301동, 국제 대학생 창작자동차 경진대회가 19~20일 경기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열린다. 17~18일에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오픈하우스 행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