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꽃밥

엄재국 作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마른 나무에 목단, 작약이 핍니다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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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안개꽃 자욱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

‘꽃’, 외자로 된 네 이름을 부르면 캄캄한 세상이 환해진다. ‘밥’, 외자로 된 네 이름을 부르면 차가운 세상이 따뜻해진다. ‘꽃’과 ‘밥’이 모여 ‘꽃밥’이 되었으니 얼마나 환하고 따뜻한가. 꽃은 눈으로 들어와 마음을 밝히고, 밥은 입으로 들어와 몸을 춤추게 한다. 꽃은 자기를 피우는 것인 줄 알았더니 궁극 남을 피우는 것이었구나. 산 나무의 꽃은 열매를 맺어 새들의 밥상을 차리고, 죽은 나무의 꽃은 사람이 먹을 밥을 짓는구나. 뜨거운 밥을 캄캄한 목구멍에 밀어 넣는 사람들아, 그 힘으로 안개 자욱한 세상을 너끈히 헤쳐 나가겠구나. 가서, 밥을 꽃으로 피우겠구나.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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