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세계는 유통전쟁, 한국은 규제감옥 - <상> 韓 쇼핑몰 조성 현실은] "업체가 입점 문제 해결하라"...지자체 팔짱에 갈등만 부각

"지역 소상공인 피해 커"

외국보다 반대 심하고

'입점' 죄악시 분위기에

의무휴업 등 규제만 늘어

"지역 정비·삶의 질 향상"

찬성하는 의견도 많아

골목상권 중요하지만

소비자 목소리도 반영을



“아이온오처드를 짓는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반겼습니다. 새로운 대형쇼핑몰이 생기면 지역에 활기가 돌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죠.”

크리스 종 아이온오처드 최고경영자(CEO)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쇼핑몰이 고용창출 등 여러 면에서 적잖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대형쇼핑몰 입점을 결정할 때는 언제나 찬반 논란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찬성 의견보다 반대 의견이 유난히 부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쇼핑몰 입점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들의 경우 ‘지역상인회’ 등의 이름으로 단합해 의견을 피력하는 반면 입점을 지지하는 소비자들은 이 같은 구심점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해야 할 지역자치단체는 “업체가 협의를 이끌어오라”며 팔짱만 끼고 있어 갈등만 수년째 반복하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적으로 쇼핑몰 입점을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쇼핑몰 입점을 환영하는 의견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형쇼핑몰이 들어올 경우 쇼핑 편의성 등이 높아지고 주변 지역도 정비돼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명 ‘몰세권’이라는 이름으로 쇼핑몰 입점지의 집값이 오르는 것도 지역민들이 은근히 기대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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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주 김만수 부천시장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신세계백화점 부천 영상단지 사업계약 체결이 협의 불발로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자 김 시장을 응원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한 시민은 “부천은 왜 계속 낙후돼야 하나. 생업에 바빠 (쇼핑몰 입점 찬성) 농성하러 갈 시간도 없다. 무엇이 상생인가”라고 일갈했고 또 다른 시민도 “골목상권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민의 삶과 질이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이유로 입점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암 롯데몰은 입점을 찬성하는 인근 지역민들이 모임을 만들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목소리를 내온 사례다. 롯데몰 입점을 찬성한다는 한 상암동 주민은 “상인단체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주로 이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아쉽다”며 “그러나 다수의 찬성자도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강화돼온 유통 규제도 대부분 소비자를 소외시킨 채 골목상권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2013년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 규제가 이뤄진 후 최근 들어서는 의무휴업을 월 4회로 확대하고 대형몰과 면세점 등도 의무휴업 대상에 넣는 방안이 논의되는 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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