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서울경제TV][투데이포커스] 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팔아야 하나



[앵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가 고공행진 덕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주요 주주인 삼성생명의 자산가치와 배당금을 키워, 실적과 주가를 모두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한편으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과 정부의 금융감독 시스템 변화 등으로 이 지분을 언제까지 들고 있어야 할지 고민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 나와 있습니다.

[앵커]

Q. 정기자, 일단 주가부터 얘기해 보죠. 삼성생명 주가가 1년 가까이 10만~11만원 수준에서 움직였는데, 최근 12만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이런 상승세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덕분이다’ 이렇게 보면 되는 겁니까?

[기자]

네, 그렇게 봐도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삼성생명의 목표가를 12만원 내외에서 14만원대로 올려잡고 있는데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가치 개선과 보험업계 공통 호재라 할 수 있는 금리 상승 영향을 목표주가 상향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생명 주가의 속성이 “삼성전자 가치와 금리 방향성을 조합한 ETF에 가깝다”고 표현했는데요.

ETF는 코스피200 같은 특정지수를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지수연동형 펀드를 말합니다.

마치 삼성전자 주가에 연동된 것처럼 덕을 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초강세를 보인 덕분에 자산 가치가 시가총액을 넘어설 정도로 불어났는데요.

이는 저평가 매력을 갖췄다는 얘깁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6%의 가치는 약 24조3,000억원으로 이미 삼성생명 시가총액을 넘어섰거나 비슷한 상황입니다.

[앵커]

Q. 삼성전자 주식을 통해 자산가치도 늘고 배당금도 많이 받아서 삼성생명의 실적과 주가도 덩달아 좋아졌단 얘긴데, 매각을 고민한다는 것은 무슨 얘깁니까?

[기자]

네, 삼성전자의 단계적 자사주 소각으로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 때문입니다.


지분율 10%를 넘기면 삼성생명은 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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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원칙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이 금융위 승인 절차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소각 예정 삼성전자 자사주 중 50%가 소각되면 지분율이 기존 7.61%에서 8.19%로 0.58%포인트 늘어납니다.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까지 합치면 9.62%로 10% 턱밑까지 올라가는데요.

삼성생명은 여전히 10% 미만이기 때문에 올해 소각 결과에 따른 문제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설명을 ‘당장 결정한 바 없다’는 정도의 수준으로만 받아 들이고 있는데요.

내년에 추가 소각이 예상돼 있어 삼성생명이 조만간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자사주 50%, 잔여 지분은 2018년 이사회 결의 이후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Q. 올해는 버틸 수 있지만, 내년 추가 소각 시에는 일부라도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군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재벌개혁도 삼성전자 지분 처분을 고려하게 하는 요인이라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우선 배경부터 설명을 드리면요.

금융당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 관련 대선 공약인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 준비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기존에 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경우 보험·증권 등 권역별 감독을 해 개별 금융사의 건전성을 판단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금융사와 관계된 비금융 계열사까지 한번에 묶어서 감독하겠다는 것인데요.

동양사태처럼 금융사만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없지만, 자금이 연결된 비금융계열사에서 위험이 옮겨 붙는 경우를 사전에 발견하고 차단하기 위한 겁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그럼 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 처분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리면요.

이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이 도입되면 자본 적정성을 판단할 때 계열사 간 출자 금액이 제외돼, 삼성생명의 자본 적정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주식 보유액이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본 적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건데요.

통상 제도가 변화 땐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유예기간을 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당장 임박한 이슈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대주주 승인 이슈와 더불어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까지, 삼성생명은 지금부터 삼성전자 지분 처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정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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