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체제가 초반부터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각을 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반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는 데다 더불어민주당과 뿌리가 같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견제구를 날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 원내대표는 17일 상임위원장·간사 및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후 지난 1주일을 보면 과연 협치 의지가 있는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및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야당과의 협의 없이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는 주장이다.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과 관련해 “취지는 좋지만 시스템과 제도를 통하지 않고 국민에게 직접 (전시성 행사를) 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선출 직후부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추경’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평소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란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민주당 내 주류 세력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하게 표현해왔다.
새 원내지도부의 이런 입장은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의 통합론 공세와 당의 원심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당을 추슬러 지지층을 확대하지 못한다면 존립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에 일찌감치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대여 스탠스는 오는 19일 예정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간 오찬 회동에서 분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원내대표 측은 한편 상투적 발목잡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하게 한 것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국민의당은 아울러 바른정당과의 관계설정도 상당 부분 정리하며 내부 혼선을 최소화했다.
주승용 전 원내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내세운 뒤 당내에서 통합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가, 김 원내대표가 취임 직후 정책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통합 논란은 일단 가라앉았다.
바른정당도 전날 국민의당과 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하고 다른 정당과의 정책연대에는 문을 열어놓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사안별 정책연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과도 사안별로 공조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겨놨다.
그는 전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과도 입장이 같은 정책이 있을 수 있다. 연대라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합의할 수 있는 정책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