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임명한 피우진(61) 보훈처장은 유방암을 극복하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깨부순 여군의 신화와 같은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피 처장을 임명하면서 여성차별 문화 근절과 인사의 30%를 여성으로 하겠다는 공약 실행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 처장은 1979년 임관해 육군 여성 헬리콥터 조종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2002년 유방암에 걸려 한쪽 가슴을 절제한 뒤 군인으로서의 생활에 지장이 돼 양쪽 가슴을 모두 잃었다. 피 처장은 2006년 2급 장애판정을 받아 같은 해 11월 전역했으나 “치료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암 병력이면 무조건 퇴역시키는 행위는 불합리하다”고 취소 소송을 내고 승소, 복직하면서 군인으로서의 결기와 여성에 대한 부당한 사회의 차별을 이겨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 처장은 투병 기간 중 여군의 삶을 담은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2006)’라는 책을 발간해 남성 중심 문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그는 군을 떠날 때 “군이 제게 전부였고 군을 사랑합니다. 저는 영원한 군인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진보신당의 비례대표로 도전하기도 했고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피 처장은 1956년 충북 충주 출생이며 충주여상과 청주대 체육학과를 졸업했다.
피 처장은 1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다고 밝혔다. 대신 공직의 30%를 여성으로 할당하겠다던 문 대통령 공약의 수혜자라고 자평했다. 피 처장은 “보훈은 안보의 과거이자 미래라고 생각한다”며 국가보훈 대상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따듯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소개했다. /민병권·박형윤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