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의 금융그룹 지배구조 유지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독 미래에셋그룹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17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되며 지주회사 체제 전환,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그룹통합감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드러나 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이란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금융그룹은 개별 금융 계열사만 감독하는 현행 체제를 바꿔서 비금융 계열사도 간접 감독하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인한 위험까지 감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9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정점으로 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펀드서비스가 지주회사로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 등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위원장 내정자는 이러한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가 지주회사법을 피하는 꼼수라고 본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부동산 관리를 주 사업으로 하는 비 금융사로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가 사들인 호텔 등을 관리하며 수수료를 얻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도 신기술금융을 한다고 등록돼 있으나 실제로는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그룹 소유구조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그룹은 지금까지 지주 회사법을 비켜왔다. 미래에셋컨설팅이나 캐피탈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비중은 총자산의 50%를 밑돌며 지주회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 내정자는 미래에셋캐피탈 등이 사업연도 말에 불필요한 단기 차입금을 조달해 총자산을 늘리거나 지분 조정을 통해 최대주주가 아닌 2, 3대 주주가 되는 편법으로 지주회사 규제를 피해왔다고 비판했다.
미래에셋그룹과 관련된 일부 규제 완화도 김 내정자가 지적하는 부분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6년 3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할 때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낮추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150%로 한도가 올라갔다. 당시 미래에셋캐피탈의 국내 계열사 주식 보유분은 자기자본의 146%로 유일한 ‘혜택’을 입었다. 2014년 사모펀드의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조치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 지분을 인수한 사모펀드는 금산 분리 원칙에 예외를 둬서 의결권을 인정하자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김 내정자는 미래에셋그룹처럼 지주회사 규제 비용을 치르지 않은 금융그룹까지 예외를 둘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는 통합감독제도 도입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2014년 미래에셋그룹이 계열사의 투자금으로 호주 포시즌 호텔을 인수한 후 미래에셋컨설팅 등이 관리하도록 맡겨 부당 내부거래가 발생했다고 보고 검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미래에셋그룹이 통합감독 대상에서 제외되며 검사가 유야무야됐다. 금융당국은 통합감독을 위한 실행 방안 마련에 이미 들어갔다. 그룹 내 금융자산 5조원 이상,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인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미래에셋을 비롯해 교보생명·삼성생명·한화생명 등 10여 곳의 금융 전업 그룹이 통합감독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