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 시장의 가뭄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수익률은 부진하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강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투자자들의 자금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원자재 펀드로는 3,501억원이 유입됐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 광산주에 투자하는 ‘블랙록월드광업주’와 ‘블랙록월드골드’가 2,072억원이나 자금을 빨아들였다. JP모간자산운용의 ‘JP모간천연자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로저스커머디티인덱스’ 펀드도 각각 635억원, 321억원씩 모았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6조원이 빠져나가는 등 펀드 시장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수익률은 신통치 않은 편이다. 원자재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올해 -3.14%, 1년간 0.09%, 3년간 -27.27%로 부진했다. 금만 따로 떼놓고 보면 올해 금 펀드 수익률이 6.33%로 선전하고 있지만 그나마 1년 수익률은 -7.44%로 떨어진다. 농산물 펀드인 ‘미래에셋로저스농산물지수’와 ‘도이치에그리비즈니스’도 연초 후 수익률이 각각 -0.86%, -1.3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원자재 값 상승에 대한 기대와 분산투자 차원에서 원자재 펀드를 주목하고 있다. 김명준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인덱스 팀장은 “지난해에는 원자재 과잉공급으로 가격도 부진했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을 맞으면서 원자재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식시장이 이미 많이 올랐다는 부담감과 분산투자 수요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50~55달러까지 오르면 6월 이후 유가 상승률은 최대 20~40%까지 회복될 것”이라며 “이는 에너지·산업금속 등 원자재에 대한 투자 심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와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47달러대인 유가는 내년 1·4분기 59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구리와 금도 각각 현재 톤당 5,540달러대에서 내년 1·4분기 5,842달러대, 온스당 1,226달러대에서 1,270달러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