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신의 영역에 든 인간, 진화의 방향은 어디...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 펴냄)

알고리즘이 판단·주권의 영역 대체

인간, 경제·군사적 쓸모 잃을 처지

AI·생명공학 발전 누릴 일부는

초인적 지능·힘 지닌 존재 될수도

"인류의 미래 아직 정해진 것 아냐

천국-지옥, 우리 선택에 달렸다"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2013년 양쪽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을 때 파문이 컸다. 수술 결정 당시 졸리는 전혀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고, 오직 발병 가능성이 크다는 컴퓨터 알고리즘의 분석에 따라 그 위험천만하다는 유방 절제술을 결행했으니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적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는 최신작 ‘호모 데우스’에서 또 다른 관점에서 졸리의 과단성 있는 결정을 주목했다. 그는 “역사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앤젤리나 졸리의 결정에 알고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라면서 “그녀는 유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고, 그 목소리는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이야기했다”고 썼다.

졸리가 그랬듯 컴퓨터 알고리즘은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해간다. 개인의 판단도, 의지도, 정치적 주권도 알고리즘에게로 잇따라 넘겨진다. 이렇듯 하라리에 의해 그려진 기술사회의 미래상은 우려스럽다. “알고리즘이 인간을 직업시장에서 몰아내면 전능한 알고리즘을 소유한 소수 엘리트 집단의 손에 부와 권력이 집중될 것이고, 전례 없는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다. 아니면 그 알고리즘들이 스스로 주인이 될지도 모른다.”


책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데우스(Deus)는 라틴어로 ‘신’(God)이란 의미로, ‘호모 데우스’라면 ‘신이 된 인간’을 뜻하는데, 실상 미래의 인간이란 신은커녕 알고리즘에 모든 것을 빼앗긴 하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라리가 제시한 21세기 인간이 처할 세 가지 위험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첫째 위험은 인간은 경제적·군사적 쓸모를 잃을 것이요, 둘째 개인으로서의 가치는 발견하지 못할 것이요, 셋째 초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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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사피엔스’가 500만 부나 팔리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하라리는 인지혁명이라는 관점에서 신작 ‘호모 데우스’를 전작과 결부시킨다. 그는 “7만년 전 인지혁명은 사피엔스의 마음을 탈바굼시켜 별 볼일 없던 아프리카의 한 유인원을 세상의 지배자로 만들었다”면서 “두번째 인지혁명으로 탄생할 호모 데우스는 지금의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새로운 영역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 은하계의 주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비록 개개인은 알고리즘에 무기력하게 종속될지라도 신인류 호모 데우스는 생명공학, 사이보그(인조인간) 공학, 비(非) 유기체 합성을 통해 초인적 지능과 힘을 지닌 강한 존재로 거듭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라리에 따르면 이미 현실은 ‘데이터교’의 세계로 성큼 들어서 있다. 인간의 욕망과 경험 대신 정보와 데이터를 숭배하는 세상 말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연결하는 ‘만물인터넷’(Intenet-of-All-Thing) 데이터처리시스템이 완성되면 호모 사피엔스 마침내 소멸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컴퓨터 알고리즘이 만들어낼 미래세계에 대한 하라리의 예시는 필연인가? 그렇지는 않다. 하라리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은 분명 세계를 탈바꿈시킬 테지만, 단 하나의 결정론적 결과가 예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미래를 천국으로 만드는 것도, 지옥을 만드는 것도 결국 인간의 선택이다.

이 책의 한국판 서문에서 하라리는 북한의 미래에 대해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북한의 선택 여하에 따라 “김정은 정권은 자국민을 부양하지 못하고 이웃 나라들을 공갈 협박하다가 결국 붕괴”하거나 “북한이 기술적으로 성큼 도약해, 예컨대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2만 2,000원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aily.com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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