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간편식 원조 오뚜기, ‘1코노미 시대’ 입맛 잡는다

1~2인 가구·혼밥족 증가 등에 따라 국내 간편식 시장 급팽창

오뚜기, 축적된 노하우와 제품 개발 역량으로 주도권 잡기 나서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국내 최초로 간편식 시장을 개척한 오뚜기 ‘3분 요리’ 제품들국내 최초로 간편식 시장을 개척한 오뚜기 ‘3분 요리’ 제품들



종합식품기업 오뚜기는 카레, 케첩, 마요네즈 등 여러 분야에서 1등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3분 요리’ 브랜드를 앞세워 일찌감치 레토르트 식품(Retort Food: 조리·가공한 식품을 용기에 넣어 고온·고압으로 가열·살균 처리한 식품) 시장을 개척해온 오뚜기는 1~2인 가구가 대세로 떠오른 시대를 맞아 간편식 시장에서 주도권을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다. 오뚜기를 통해 간편식 시장의변 화상을 조명해본다.





‘3분 카레’로 만든 카레라이스‘3분 카레’로 만든 카레라이스



지난 4월 중순 어느 날 오후 9시30분 무렵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 인근의 한 대형할인점. 제법 밤이 깊어가는 시각이었지만 2층 식품 매장에는 눈대중으로 봐도 얼추 50~60명의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특히 20~3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저녁시간을 이용해 필요한 식료품을 사러 온 듯했다. 부부나 연인 등 남녀 커플이 함께 쇼핑 카트를 끌고 천천히 매장 안을 옮겨 다니며 물건을 고르기도 하고, 혼자 쇼핑을 하러 온 남성이나 여성 고객이 가벼운 장바구니를 들고 식품 코너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 대형할인점 식품 매장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종류의 식료품이 진열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정 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이하 간편식)’ 제품을 파는 코너를 찾았다. 이 매장에는 간편식 판매 코너가 두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즉석식품’ 코너와 ‘조리식품’ 코너가 그것이다.


즉석식품 코너에는 국내 최초의 즉석식품이자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오뚜기 3분 요리’를 비롯해 요즘 유행하는 각종 컵밥, 국과 탕, 즉석밥 등 다양한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사골곰탕, 육개장, 설렁탕, 소고기미역국, 김치참치덮밥, 고추장나물비빔밥, 북어해장국밥, 순두부찌개국밥 등 메뉴도 갖가지였다.


기자가 즉석식품 코너에 잠시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쇼핑객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카트를 끌고 와서 뭔가를 두리번거리더니 ‘오뚜기 3분 백세카레’를 집어 들었다. 곧 이어 캐주얼 차림의 한 젊은 남성이 즉석식품 코너를 지나며 ‘오뚜기 3분 쇠고기 짜장’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의 장바구니에는 즉석 죽, 즉석 찌개요리 제품들이 이미 담겨 있었다.


그가 말한다. “혼자 사는 직장인이에요. 밖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식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일찍 퇴근하면 집에서 저녁을 해먹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를 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손쉽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간편식을 즐겨 먹는 편입니다.”


조리식품 코너도 다양한 가정식 메뉴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을 갖춰 놓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돼지갈비찜, 닭볶음탕, 안동식 찜닭, 스팸 부대찌개, 곱창전골, 시래기 된장국, 된장찌개, 김치찌개, 청국장찌개, 콩비지찌개 등 우리 국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국이나 탕을 끓일 때 필수적인 육수도 한우사골육수, 양지육수, 닭육수 등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포장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전복죽, 소고기죽, 단팥죽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죽 제품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 매장 직원이 말한다. “평소 조리식품 코너를 찾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간편하니까요. 주부는 물론이고 회사원들도 많이 찾습니다. 연세 있는 분들보다는 젊은 분들이 훨씬 많이 찾는 편이죠. 그냥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갈수록 간편식을 찾는 손님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간편식 시장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 등 초(超) 핵가족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일어나고 있는 메가 트렌드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016년 기준 27%에 달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두 배나 증가한 수치다. 1인 가구 비율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치면 전체 가구의 50%를 이미 넘어섰다.


간편식 시장 급팽창에 따라 식품기업과 유통기업들이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한 대형할인점이 선보인 간편식 제품들.간편식 시장 급팽창에 따라 식품기업과 유통기업들이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한 대형할인점이 선보인 간편식 제품들.



맛·영양·편리성·경제성 모두 잡은 간편식


과거 대가족 시대나 4인 가구가 주류였던 시대에는 가정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게 보편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1인 가구나 2인 가구는 편의성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간편식을 선택하는 게 오히려 타당하다.


맞벌이를 하는 30대 여성의 말이다. “요즘 간편식 제품은 맛과 영양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직접 요리한 음식과 큰 차이를 못 느껴요. 저는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간편식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각종 식재료를 구입해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 비용적인 면에서도 유리하죠. 음식물 쓰레기도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간편식은 맛과 영양은 물론 시간, 돈, 쓰레기 문제까지 모두 해결해주는 셈이에요.”


간편식은 전체 식품산업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는 ‘핫 아이템’으로 꼽힌다. 1~2인 가구 증가, 혼밥족(혼자 식사하는 사람들) 확산이 강력한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식품유통공사와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2조3,000억 원에 달한다. 5년 전에 비해 3배가량 커졌다는 분석이다. 간편식 시장은 올해도 30% 이상 성장이 예상되며, 조만간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식품업계의 예측이다.



국내 간편식 시장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종합식품기업 오뚜기의 역할을 빼놓을 수는 없다. 오뚜기는 지난 1981년 국내 최초의 즉석요리 제품인 ‘3분 카레’를 출시하면서 간편식 시장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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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카레’가 출시된 1980년대 초는 한국 경제가 고도 성장을 구가하며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부지런히 경제 발전에 동참하던 때였다. 그 무렵 우리나라는 압축적인 경제 성장 과정 속에서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도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 시기에 오뚜기는 국민들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핵가족화 진행 등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내고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즉석식품을 선보인 것이다. 오뚜기의 판단은 적중했다. 오뚜기 ‘3분 카레’는 출시 초기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단시간에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오뚜기는 ‘3분 카레’의 성공에 힘입어 ‘3분 짜장’,‘3분 햄버그’,‘3분 미트볼’ 등 잇달아 ‘3분 요리’ 시리즈를 내놓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웰빙 추세를 반영한 프리미엄 제품 ‘3분 백세카레’, 끓는 물에 데우거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필요 없이 밥 위에 그대로 부어 먹을 수 있는 더욱 간편한 ‘그대로카레’, ‘그대로짜장’ 등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왔다. 또 2014년에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렌틸콩을 주원료로 한 ‘3분 렌틸콩카레’를 내놓았고, 최근에는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3분 인도카레 마크니’, ‘3분 태국카레소스 그린’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오뚜기 ‘3분 요리’는 번거롭게 직접 조리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즉석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을 앞세워 출시 이래 수십 년 동안 국내 즉석식품 시장의 왕좌를 지키고 있다. 특히 ‘3분 요리’는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은 장수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오뚜기 맛있는 볶음밥 제품오뚜기 맛있는 볶음밥 제품


오뚜기 컵밥 제품오뚜기 컵밥 제품



오뚜기 ‘3분 요리’ , 장수 브랜드로 사랑 받아


한 40대 가정주부가 말한다. “오뚜기 3분 요리는 여행을 갈 때 반드시 챙겨 가는 필수품이에요. 여행지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 때문이죠. 물론 오랫동안 먹어온 제품이라서 신뢰를 하죠. 3분 요리는 비단 여행할 때만이 아니라 집에서도 자주 즐깁니다. 일종의 ‘가정 상비(常備) 식품’이죠. 또 오뚜기 사골곰탕 같은 제품은 그냥 먹어도 좋지만 떡국이나 만둣국을 끓일 때도 아주 유용한 제품이죠. 오뚜기 간편식 제품은 오래전부터 한결같은 맛으로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신제품이 나오면 꼭 사서 먹어보곤 한답니다.”


오뚜기는 국내 간편식 시장의 원조이자 선구자답게 신제품 연구개발에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왔다. 일례로 ‘사골곰탕’ 제품을 꼽을 수 있다. 1998년 첫선을 보인 오뚜기 사골곰탕은 올해 출시 20년째를 맞은 장수 베스트셀러 제품이다.


우리 민족의 식문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쌀밥과 뜨끈한 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곰탕은 오랫동안 국물 요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메뉴 중 하나다. 하지만 곰탕은 조리하는 데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는 잘 맞지 않는 요리인 셈이다.


이런 점을 주목한 오뚜기는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사골곰탕을 개발해 출시하기에 이른다. 이 제품은 100% 사골을 재료로 전통 방식으로 국물을 우려내 사골 곰탕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재현했다. 또한 감칠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국, 전골 등 다양한 국물 요리에 활용도가 높다. 그 덕분에 주부들 사이에 ‘마법 국물’로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오뚜기 사골곰탕은 출시 후 20년이 흘렀지만 국물 요리 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또 간편식 국물 요리시장이 성장하는 데도 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오뚜기 중앙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제품 테스트를 하고 있다오뚜기 중앙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제품 테스트를 하고 있다



오뚜기가 선구적으로 키워온 간편식 시장은 최근 들어 제품군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즉석밥 카테고리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이른바 혼밥족이 급증하면서 즉석밥은 끼니를 간편하게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켰다는 분석이다. 즉석밥은 냉동밥, 컵밥, 국밥, 덮밥 등 다양한 메뉴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 때문에 가정식과 간편식의 경계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냉동밥 시장은 연평균 5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기준 400억원대 규모로 커졌다. 현재 냉동밥 시장은 오뚜기, CJ제일제당, 풀무원이 치열하게 3파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3사의 시장 점유율은 모두 20% 초반대다.


오뚜기는 2016년 ‘오뚜기 볶음밥’을 앞세워 국내 냉동밥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는 성과를 얻었다. 오뚜기는 간편식 원조이자 강자답게 컵밥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오뚜기가 선보인 컵밥 제품은 김치참치덮밥, 제육덮밥, 진짬뽕밥, 부대찌개밥, 쇠고기미역국밥, 북어해장국밥, 사골곰탕국밥 등 모두 13종에 달한다.


식품 시장은 항상 수많은 제품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격전장이다. 특히 간편식 시장은 크고 작은 식품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군웅할거의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간편식 원조 기업 오뚜기는 그간 다져온 1위의 위상을 굳건하게 지켜간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국내 최초이자 1위의 간편식 제조업체로서 품질 제고와 혁신적 신제품 개발을 통해 앞으로도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며 “간편식 시장 성장세에 맞춰 기존 품목들의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한편 신제품 출시로 신규 시장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뚜기, ‘냉동피자’ 시장에서도 두각

오뚜기가 냉동피자 시장에서도 심상찮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오뚜기 피자’는 2016년 5월 출시 이후 올해 2월까지 누적 매출액 200억원을 돌파했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 판매량이 4,000개를 넘어서는 매장도 생겨났다. 오뚜기 관계자는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 사태를 빚기도 할 만큼 오뚜기 피자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 피자는 지금까지 총 4종으로 출시됐는데, 집에서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전자레인지나 오븐뿐 아니라 프라이팬으로도 조리가 가능하다. 특히 고온으로 달군 돌판 오븐에서 구워내 정통 피자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제품은 2~3인이 먹기에 적당한 크기여서 혼밥족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뚜기 피자 출시 이후 국내 냉동피자 시장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조만간 냉동피자 시장이 연간 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오뚜기가 냉동피자 시장에서도 강호로 군림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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