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9)가 1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오는 23일부터 진행되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사진제공=서울국제문학포럼
“국가는 이런 작은 사람들을 이용하고 죽였고, 죽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사람들이 결국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진정한 영웅인 셈입니다.”
지난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9·사진)가 왔다. 사선을 넘나들던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목소리 소설(Novel of Voices)’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풀어내온 작가는 1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아연 소년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작은 사람(small people)’이라는 단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고난을 이겨내는 사람들은 작은 사람”이라며 “그들이 진정한 ‘큰 사람(big people)’”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알렉시예비치는 “영웅주의가 문제”라며 “무기를 든 사람이 멋있다는 인식은 군국주의의 잔재이고 실제로 전쟁에서 아름다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람을 죽여야 했던 이유에 주목한다”며 “이제는 사람이 아닌 이념이나 이상을 죽이는 세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참사를 전쟁에 비유하면서 “전쟁은 길어야 10년 안에 끝났지만 방사능은 수만 년에 걸쳐 지속한다. (방사능은)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아 전쟁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알렉시예비치는 “예술이 일순간에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그래서 페레스트로이카가 실패했다. 하지만 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길이라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한국 문학의 새로운 움직임인 ‘세월호 문학’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알렉시예비치는 “세월호를 주제로 쓴다면 작가는 철학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면서 “뻔하고 세속적인 비극이 되지 않으려면 저널리즘뿐 아니라 사회학적·문학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서울국제문학포럼 첫날인 오는 23일 ‘미래에 관한 회상’을 주제로 한 기조발제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방사능 오염이라는 재난이 인류 역사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