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형 홈쇼핑에서 메인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나수진(32)씨는 최근 캐딜락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T5를 구매했다. 차를 바꾸기 위해 여러 브랜드를 둘러보던 중 서울의 한 캐딜락 매장에서 XT5를 보고 바로 계약했다. 나씨는 “상대적으로 나이에 비해 많은 보수를 받는 쇼호스트들 대부분은 독일 브랜드 차량을 선호하지만 막상 구매하려 보니 뭔가 어색했다”며 “반면 캐딜락의 XT5를 보는 순만 내 몸에 꼭 맞는 옷 같아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고 실제로 운전하고 다니면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성공한 중·장년층 혹은 할아버지 차로 평가받던 캐딜락이 젊은 옷을 입고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20대부터 30~40대 젊은 층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높아지는 인지도, 비결은 ‘젊음’=캐딜락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1,103대를 판매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 대비 비중은 0.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성장세는 수입차 브랜드 중 눈에 띌 정도로 가파르다. 2013년 300대에 불과했던 연 판매량이 2014년 503대, 2015년 886대 등으로 매년 50% 이상씩 늘어났다.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은 4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많다. 이달 역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에스컬레이드의 고객 인도가 시작되며 역대 최대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던 지난해 8월의 147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판매 목표를 2,000대로 잡은 자신감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캐딜락의 인기 상승 비결은 ‘아메리칸 럭셔리’를 표방하며 젊은 층을 공략한 데 있다. 우선 CT6와 CTS 등 세단형은 물론 XT5 등 SUV 차량까지 모든 라인업의 외형이 달라졌다. 차량 전면부의 라디에이터를 과거 격자형에서 수평형으로 바꾸고 헤드램프 디자인도 미래 지향적으로 탈바꿈했다. 실내 인테리어와 안전·편의 사양 역시 독일 브랜드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차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주행성능은 경쟁 브랜드들을 능가한다. 고성능 모델인 CTS- V의 경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이 3.7초에 불과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스포츠카인 AMG GT-s보다도 0.1초 빠르다.
최근 3년 평균 연령대별 고객 분포를 보면 40대가 30%로 가장 많지만 30대가 28%, 20대가 12%에 이를 정도로 젊은 층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나씨처럼 젊은 전문직을 중심으로 캐딜락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회사 딜로이트에 따르면 미국 시장만 놓고 봐도 20대와 30대의 소비 여력은 2015년 인구 전체의 14% 수준에서 2030년에는 47%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직업군이 확대되면서 연령이 높을수록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이 깨지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품격 있는 삶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CT6 2.0 터보 모델 연내 출시, 라인업 확대=캐딜락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지난 17일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된 초대형 SUV 에스컬레이드를 비롯해 국내에서 총 9개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우선 하반기에는 지난해 8월 출시된 고급 세단 CT-6의 엔트리급 모델인 2.0 터보를 도입한다. 지난해 10월 출시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XT5를 중심으로 SUV의 라인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내후년께는 글로벌 시장에 출시될 XT-4와 XT-6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한편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는 ‘아메리칸 럭셔리’라는 브랜드 이미지도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에스컬레이드의 모델로 나와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던 배우 겸 방송인 다니엘 헤니는 최근 방영에 들어간 광고에서도 목소리로 등장했다. 또 XT5의 새 모델로 선정된 걸그룹 소녀시대의 수영 역시 연예계에서는 ‘젊은 럭셔리’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캐딜락의 한 관계자는 “캐딜락이 젊은 럭셔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세련된 디자인과 더불어 차량 고유의 성능 역시 탁월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