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서울포럼 2017]"한국 제품, 中에 충성소비자 많아...CJ대한통운과 협력 검토"

한중비즈니스포럼 연사 리옌성 4PX 고급부총재 인터뷰

작년 서울에 물류창고 설립

중국 전자상거래 급속 발전

다른 기업과도 협력 나설 것

사진=권욱기자사진=권욱기자


“정치·외교적 갈등은 언젠가 풀리기 마련입니다. 더 많은 한국 제품이 전 세계로 수출되는 데 4PX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리옌성(사진) 4PX 고급부총재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한중 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다소 ‘불편한’ 관계에 놓였지만 “기업인으로서 정치·외교적 갈등은 오히려 하나의 기회”라며 이같이 말했다. 4PX는 알리바바 산하의 수출입 물류 계열사로 중국 내 수출입 물류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4PX의 최대주주는 알리바바의 물류계열사인 ‘알리바바 차이니아오’다.


리 부총재는 대부분의 기업이 양국 간의 긴장 때문에 잠시 상대국과의 협력을 포기하지만 이때야말로 조용히 사업 기반을 다져둘 때라며 그래야만 “정치·외교 이슈가 해결되고 관계가 회복되면 다른 기업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4PX는 지난해 서울에 물류창고를 마련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물류창고를 운영하며 중국과 미국·유럽을 잇는 수출입 물류에 집중했지만 중국 내 수억명의 충성 소비자를 거느린 한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리 부총재는 “이번 한국 출장기간에 CJ대한통운 측과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한국은 콘텐츠 강국으로서의 강점이 확실하기 때문에 4PX는 다른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에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4PX는 중국·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수출입 물류 시장에서 선두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단순한 물류기업이 아니라 빅데이터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리 부총재는 이 같은 사업목표를 밝히며 “상당히 큰 포부 아니냐”며 웃음을 지었지만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와 물류 시장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이기도 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신속히 보급된 정보기술(IT) 솔루션과 구매력 왕성한 현지 소비자들, 값싸고 품질 좋은 중국산 제품을 직구하려는 전 세계 소비자들로 인해 급성장하고 있다.


리 부총재는 “이미 중국은 무현금 사회”라며 “노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현금 대신 알리페이 같은 결제 서비스를 쓴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은행 계좌와 연동된 결제 서비스가 아니라 개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결제 한도와 서비스 범위가 정해지는 첨단 솔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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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알리페이 신용등급이 높은 소비자는 호텔에 숙박할 때 디포짓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 알리페이 신용등급이 숙박객의 신용을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산 물건을 반송하기 전에 이미 환불이 완료되기도 한다. 알리바바 플랫폼이 소비자 신용등급에 맞춰 신속히 환불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물품을 반송하지 않으면 신용등급이 깎이면서 결제 서비스 이용에도 제약이 가해진다. 최근 중국의 젊은층 사이에서는 “연애 상대를 고르기 전에 알리페이 신용등급부터 확인하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다. 이처럼 중국 경제 전반에 손쉬운 전자상거래가 일상화되면서 물류 시장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규모로 이미 2013년 미국을 제친 뒤 2014년 12조3,000억위안(2,006조원)을 기록했다. 4PX 투자를 결정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전자상거래는 단순한 소비 방식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라며 관련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이어오기도 했다.

중국 정부 역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4월부터 톈진·상하이·광저우·항저우·닝보·선전·충칭·정저우의 보세구역을 통과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기존 세율보다 낮은 약 11.9%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 종합세’만 부과한다. 중국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직구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셈이다. 해외로 수출되는 중국 제품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원책이 도입된 바 있다.

리 부총재는 “한국은 중국 수입 시장에서 점유율 3위 국가”라며 “서울포럼 참석을 통해 양국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방안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의류·화장품·드라마 등이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미주 등 전 세계로 더욱 많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데 4PX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리 부총재는 중국 내 물류기업인 롄방콰이디를 시작으로 이베이차이나 등에서 근무하며 전자상거래·물류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왔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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