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맹수된 들개떼…"포획·사냥 필요" vs "유기부터 막아야"

주민·가축 위협 골칫거리로 떠올라…의견 팽팽

유기견/연합뉴스유기견/연합뉴스


지난 14일 옥천군 옥천읍 서정리 농가 2곳에 들개가 침입해 토종닭과 오골계 27마리를 잡아먹거나 물어 죽였다. 방범용 CCTV에는 들개 2마리가 퍼덕거리는 닭을 물고 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지난 2월 22일에는 옥천군 군서면 오동리 한우농장에서 들개 3마리가 10개월 된 송아지 1마리를 물어 죽이는 일이 발생했다. 희생된 송아지는 체중 250㎏의 제법 큰 몸집이었으나 들개떼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했다. 2년 전 옥천군 동이면 평산리에서 들개떼가 염소 35마리를 죽인 일도 있다.

주민들은 덩치 큰 소까지 거꾸러트린 들개떼가 사람을 공격하지 말라는 법이 있냐며 불안해 떨고 있다. 옥천군과 119구조대는 들개 출몰 현장에서 대대적인 포획작전을 펼쳤지만 들개를 잡는데 실패했다. 수면제를 넣은 음식물을 이용해 한우농장에서 강아지를 포함한 들개 4마리를 포획한 게 전부다. 충북 옥천군은 최근 열린 시장·군수협의회에서 들개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는 건의문을 냈다. ‘맹수’가 돼 가축을 잡아먹는 들개의 만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으니 총기(엽총)으로 포획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 건의문은 협의회 이름으로 환경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야생에 적응한 들개가 주민을 위협하는 골칫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들개를 유해동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유기부터 막아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 “사람 해칠라…더 이상 방치하면 안 돼”

들개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견이 야생에 적응에 생활하는 경우를 말한다. 먹이 경쟁을 벌이며늑대와 같은 공격성 갖게 되기도 한다. 민원의 대상이 되는 들개는 주로 ‘백구’나 ‘누렁이’로 불리던 대형견으로 무리 지어 생활하는 데다 덩치가 크다. 대전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의 오제영 수의사는 “개의 조상은 이리나 자칼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 손에서 벗어나 생활하다 보면 어느 정도 야생성을 회복한다”면서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을 적지만, 약자라고 판단되는 노인이나 어린이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는 들고양이는 시·군에서 포획계획을 수립한 뒤 총기포획이 가능하지만, 개는 여전히 구조하고 보호할 대상”이라며 “법에는 들개라는 용어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개 유기견 하면 치와와나 푸들 같은 작고 귀여운 것을 떠올리는데, 덩치 크고 사나운 개도 많다”며 “이런 경우 반려동물이라기보다는 가축을 잡아먹는 유해동물로 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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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보호단체 “말도 안 되는 발상…유기부터 막아야”

들개를 유해 야생동물에 포함해 달라는 요구에 환경부는 난색을 표한다. 가축 등을 공격했다고 해서 멧돼지·고라니처럼 생태계 교란동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총기포획이 허용된 들고양이도 포획협의회가 현지조사를 거친 뒤 포획 범위와 방법 등을 결정하고 있어 실제로 총기포획이 이뤄지는 경우는 없다”며 “요즘은 중성화(TNR·Trap-Neuter-Return)를 통해 공존을 모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역시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반려동물 유기가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떠돌이 개를 붙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뜻이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아무리 야생화됐더라도 개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총으로 쏴 죽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며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절대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대형마트에서 장난감처럼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유일한 나라”라며 “책임감 있는 입양을 통해 유기동물을 막는 게 급하고, 야생화된 개로 인한 피해가 잦은 곳에서는 경계심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초대형 포획틀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였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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