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재계, 왜 '정규직화' 반대 목소리 높이나

고용 경직성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 정책...비정규직에 대한 범위 모호

비정규직 분담금 부담...'비정규직=악' 이분법 사고로 아웃소싱도 막아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대해 경영계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계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기업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일방통행식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내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이 가장 큰 이유다. 기업들은 한 해 경영 성과를 전망하고 이에 맞춰 채용을 진행한다. 시장 상황이 양호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면 채용을 많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덜 한다. 생산직도 마찬가지로 공장을 계속 돌리거나 공장을 더 지어야 할 때 직원을 채용한다. 한국은 정규직으로 채용 후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은 4,000만원 전후로 상당히 높다. 또 매년 노조와의 임금협상으로 꾸준히 임금은 인상된다. 인건비 부담이 매우 큰 것.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묻지마 정규직화했을 때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일자리 만들기에 나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나 일본 아베 신조 정부는 재정을 적극 투입하고 감세를 통해 기업 활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많이 늘리는 방식이다. 채찍보다는 당근을 제시하는 것.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은 이와 반대 방식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이 일정수준을 넘는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정규직을 고용했을 때 내는 부담금과 정규직화했을 때 들어가는 인건비를 따져 유리한 쪽을 선택할 것이다. 장애인의무고용제도로 장애인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많은 기업들이 부담금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부담금 규모가 크지 않으면 대부분 부담금을 선택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오히려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비정규직 부담금을 물리는 것은 일종의 준조세”라고 비판했다.


비정규직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경총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아닌 일자리를 통칭한다. △한시적 근로자 또는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파견·용역·호출 등 형태나 근무 방식도 다양하다. 노동계는 정규직인 임시직과 정규직인 일용직까지 모두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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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은 일반적인 생산 방식의 하나인 ‘아웃소싱’을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하게 해 고용 시장을 더욱 경직시킬 우려도 있다. 독일 BMW 라이프치히 공장의 외부 노동력 비율은 57%에 달한다. 르노 역시 사내도급회사의 50%가 제조 등 상시 업무에 투입된다.

경총은 앞서 “비정규직과 아웃소싱 활용은 최소한의 가격 경쟁력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자구책”이라며 “정규직 전환이 무리하게 추진되면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오히려 일자리 규모가 감소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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