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옴부즈만위원회’가 활발한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옴부즈만위원회는 지난해 1월 삼성전자와 반올림·가족대책위원회의 3자 합의에 따라 수립된 기구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을 종합진단하고 문제점이 있을 경우 개선안을 제안하고 그 이행을 점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옴부즈만위원회는 지난 25~26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한국환경보건학회 봄 정기 학술대회에 특별세션을 마련해 지난 1년간 진행된 삼성전자에 대한 진단 활동을 설명하고 이후 진행될 연구에 대해 전문가들의 제안을 들었다. 포럼에는 관련 전문가들 외에도 반올림과 가족대책위원회도 참석해 옴부즈만위원회의 활동 방향에 대해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김치년 옴부즈만위원회 전문위원(연세대 교수)은 반도체 생산의 각 공정에서 어떤 유해물질이 노출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비교적 노출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PM(Preventive Maintenance·관리 및 세정) 작업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표자인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국내외 반도체 공장에서 수행된 암 위험 역학연구와 직업병 발생 사례를 발표하면서 “전자산업 근로자의 만성질환 발생과 직무와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직무분석을 통해 다양한 유해인자 노출에 대한 복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산재보상보험법의 근본 취지인 사회보장기능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소·영세 기업에 대한 지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창호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예전 라인에 근무했던 사람들의 자문을 받으면 더 잘 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고 반올림의 공유정옥씨는 “옴부즈만위원회가 산재보험제도 개선, 영업비밀과 관련한 제도 개선 문제도 제안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문위원은 “2차 현장조사 때는 오늘 나온 제안들은 반영해 더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옴부즈만위원회는 이철수 서울대 법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6월 이후 현재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을 그야말로 샅샅이 훑으며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연인원 334명이 현장조사 23회, 관련 회의 25회에 걸쳐 세세하게 조사를 벌였고 삼성전자로부터 245건에 이르는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해 이런 수준의 방대한 조사가 벌어지는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옴부즈만위원회 측은 “단순히 화학물질이 노출되는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근무자들의 근무 경력 등을 포함에 방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며 혈액 등 생체 시료를 채취해 작업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