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1일부터 4대강 6개 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한 가운데 주변 농민과 환경단체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충남 등 가뭄이 심한 지역 농민들은 수문 개방 시 영농 차질을 우려하는 반면, 환경단체는 보 개방을 반기면서도 방류량이 몇 해 전부터 실시해 온 펄스 방류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정부는 29일 밝힌 4대강 보 상시개방 계획에서 농업용수를 비롯한 수자원 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농민들은 쉽사리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년 만에 심각한 가뭄을 겪는 충남지역 농민들은 가뭄이 극심한 시점에 수문을 열어야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단 반응이다.
공주보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소학양수장 주변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모(78)씨는 “금강보 설치로 물 끌어다 쓰기가 수월해 영농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물을 그냥 흘려보내면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공주시는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최근 “공주보 물을 개방하면 농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금강 수변공원 일대의 수상스포츠대회 개최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수문 개방 반대 의견을 담은 요구서를 국무조정실에 전달했다. 다만 가뭄이 상대적으로 덜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보를 개방하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농민들의 우려와는 달리 수문 개방에 따른 방류량은 예상보다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농업용 양수장에서 취수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방류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모내기 철을 고려해 농업용수 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함이다.
현재 4대강 16개 보에는 모두 122개의 양수장이 설치돼 물을 뽑아 쓰고 있다. 이 가운데 다음 달 상시 개방되는 6개 보를 취수구 높이에 맞춰 개방하면 수위는 0.2m∼1.15m 정도 낮아진다. 공주보는 현재 관리수위 8.75m를 유지하면서 1,560만t의 물을 확보하고 있다. 취수구가 설치된 8.5m 수위까지 수문을 연다고 가정하면 120만t을 흘려보내게 된다. 현재 확보 수량 1,500만t의 8% 수준이다. 정부는 우선 양수장 가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수문을 개방하되, 이후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점진적으로 보 수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그동안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주장해 온 환경단체는 이날 정부의 수문 개방 계획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영산강은 보를 만들기 전에도 이미 취수를 해서 물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용수 이용 측면에서 본다면 처음부터 보를 만들어서 물을 가둘 필요가 없었다”며 “수문을 개방하면 수위가 낮아지는데, 이로 인해 취수가 힘들게 되면 취수탑 구조를 개조하면 된다”고 말했다.
녹조가 심각한 낙동강 유역 환경단체는 “정부가 오늘 발표한 수문 개방 계획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앞으로 수문을 더 확대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창진환경연합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으로는 녹조도 해결하기 힘들다“며 ”중요한 것은 수생태계인데, 정부 계획대로라면 물고기 폐사 등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시 방류 수준이 몇 해 전부터 실시해온 펄스 방류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실망감을 보였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