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배터리와 화학사업을 앞세운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근본적 혁신(딥체인지)’을 뛰어넘은 ‘딥체인지 2.0’을 신경영전략으로 삼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존 방식대로는 성장할 수 없고 생존의 위협마저 느낄 수밖에 없다”며 “잘하고 있는 것은 훨씬 더 잘하고 안 하던 것을 새롭게 잘하는 것이 딥체인지 2.0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준SK이노베이션총괄사장김 사장은 이를 위해 그동안 핵심사업에서 한발 비켜서 있던 화학과 배터리 분야를 전략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현 생산량이 1.9GWh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대폭 키워 오는 2020년 연간 10GWh, 2025년까지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한번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18년까지, 700㎞까지 갈 수 있는 배터리는 2020년 초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는 연습이어서 조심조심 배터리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이제부터는 발주 물량 단위가 다른 본 게임”이라며 “기술적인 면에서 세계 최상위인 만큼 적극적인 생산설비 투자를 국내외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서산 공장에 2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을 결정했으며 다임러사와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연말에는 유럽에 3GWh 규모의 신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화학 분야에서는 기존 베이직 케미컬(기초화학제품) 중심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패키징(포장재)과 오토모티브(자동차 내장재) 분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된 다우케미컬의 EAA사업도 패키징 분야의 확장 전략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중국에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중국 마케팅 역량을 높이는 법인도 설립하는 등 중국에 제2의 SK종합화학을 만들겠다는 전략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화학 계열사인 SK종합화학을 2024년까지 매출 33조원,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10대 석유화학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복안이다. 김 사장은 “다양한 인수합병을 진행 중”이라며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회사 보유금 등을 통해 2020년까지 10조원 이상의 투자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고,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찾는다면 계열사가 함께 출자해 투자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SK이노베이션의 캐시카우였던 석유와 윤활유·석유개발 사업은 적극적인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글로벌 영토를 넓혀 나가기로 했다. 글로벌 파트너링은 중국의 시노펙과 손잡고 만든 중한석화와 같은 조인트벤처 형태일 수도 있고 회사를 직접 M&A할 수도 있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나갈 방침이다.
김 사장은 “기존 사업도 새로운 시장에서는 적응하기 어려운데 신사업은 더하다”며 “리스크헤지(위험회피)를 위해서라도 모든 사업에서 글로벌 파트너링은 기본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석유사업은 동북아와 동남아·중동을 중심에 놓고 생산과 마케팅·트레이딩을 연계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글로벌 협력을 통해 구체화하며 윤활유 사업은 세계 1위인 고급 윤활유의 핵심 원료 ‘그룹Ⅲ’의 위치를 윤활기유 시장에서 더욱 굳건히 다진다는 전략이다. 석유개발은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되 새롭게 떠오르는 북미의 셰일가스 개발도 함께 추진해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에너지·화학 중심 포트폴리오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위해 현재의 딥체인지도 새로운 딥체인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