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FEATURE|구글, '정체성 검색’에 나서다

GOOGLE SEARCHES ITS SOUL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다양성 증진과 함께 인류가 세상을 보는 방식까지 바꾸고자 하는 검색 대기업의 노력을 살펴보자.








구글은 세계를 보는 우리의 눈이다. 순식간에 정보를 검색, 분류, 전달하는 구글의 엄청난 능력은 전세계 수십억 명의 일상생활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아왔다. 구글은 연간 조 단위의 요청을 처리하는 등 전세계 인터넷 검색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구글은 우리의 집단적 호기심이 발현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다리에 이상한 뾰루지가 났는데 혹시 병은 아닐까? 브렉시트가 뭐지? 1985년 MLB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 Kansas City Royals 팀의 승리 투수는 누구였지?
구글은 우리에게 세상을 가져다준다. 사촌이 파나마에 빌렸다는 별장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궁금하다면? 구글을 보면 된다. 프랑스 라스코의 동굴벽화를 보고 싶다면? 구글 이미지가 보여줄 것이다. 1985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American Music Awards 시상식에서 프린스가 ‘퍼플 레인’을 공연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면? 구글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된다.
구글이 검색 시장 헤게모니를 기반으로 창출한 광고 사업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Alphabet은 5년 전 매출 290억 달러로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 92위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이후 매출이 750억 달러까지 급상승하면서 지난해 순위는 36위까지 올라갔다. 금융서비스 업체 S&P 글로벌은 알파벳의 2016년도 매출을 890억 달러, 이익을 19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몇 년 동안 검색 알고리듬의 마술을 끊임 없이 개선해 (야후와 빙에겐 안된 일이지만) 검색시장의 모든 도전자를 물리쳤다. 구글플렉스 Googleplex *역주: 구글 본사 밖 세상이 변할 때마다, 구글 상품도 그 변화에 보조를 맞춰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초현실적 능력이 유지될 것이다.

최근 구글은 내부의 고질병 한 가지를 인지했다. 인간 경험의 풍부한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임에도, 정작 직원들의 다양성은 부족했던 것이다. 구글은 이를 해결하고자 자아정체성 검색을 시작했다.
왜 지금일까? 기업 홍보도 조금은 고려했을 것이고, 분명 올바른 일을 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종종 놀림거리가 되는 구글의 사훈 ‘사악해지지 말자’와 같은 맥락일 지도 모른다). 실리콘밸리 전반에 만연한 극단적 남초 현상과 아시아계를 제외한 유색인종 직원의 부족으로 구글은 최근 몇 년간 큰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한 가지 요인이 더 있다.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 Mountain View에 위치한 구글 본사 내에서 다양성 부재가 구글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아직 구글이 최적화된 검색 결과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명이나 존재한다. 어떻게 해야 이들 개선할 수 있을까?

이런 의미에서, 요즘 구글은 그 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업계에선 인종과 다양성, 포용성 문제에 대한 강력한 인식 전환이 있었다. 예컨대 정보제공기업 톰슨 로이터 Thomson Reuters는 지난해 9월 다양성 및 포용지수(D&I Index)를 최초로 개발했다.
이 지수는 5,000개 이상의 기업사례 분석을 통해 간추려진 100개 우수기업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내 다양성이 높을수록 혁신적 상품 개발, 고객만족도, 수익률이 모두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우수기업들의 성공사례를 통해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톰슨 로이터는 ‘체계적·선제적으로 인력의 다양성 강화를 추구하면서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기업들이 동종업계 업체들보다 뛰어난 재무실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P&G, 존슨&존슨,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이 이 지수에서 25위권 안에 들었다. 구글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그러나 새삼 놀랄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구글은 수년간의 반대를 딛고 2014년에야 직원다양성 관련 지표를 자체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실리콘밸리 기업치곤 특별히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구글의 내부 인력 구성이 자사가 공략 중인 시장과 소비자의 다양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구글의 미국 직원 약 4만 6,000명 중 약 71%는 남성, 57%은 백인, 기술직과 경영진도 대부분 남성이었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아시아계지만, 그 외 소수인종의 존재감은 극히 미약했다. 남미계는 직원의 5%, 흑인은 2.4%, 혼혈은 1.8%, ‘기타’는 1% 미만을 차지했다.
그러나 정보를 공개하는 행위만으로도 엄청난 파급효과가 발생한건 사실이다. 애플과 야후, 고객관계 솔루션 업체 세일즈포스 Salesforce 등 다른 IT기업들도 다양성 통계를 공개하고(내용은 구글과 유사했다), 다양성 강화를 위한 자체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페이스북: 다양성의 반복?’ 박스기사 참조). 기술업계에선 구글이 시작하면 다른 기업들이 뒤따르는 게 흔한 일이다.
구글 경영진은 ‘인내심을 유지한다면 다양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곧 직원 구성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포춘이 이를 살펴볼 수 있도록 기술직과 비(非)기술직, 지위고하를 막론한 다양한 직원들과의 인터뷰 등 취재 기회를 제공했다. 필자가 만난 모든 이들은 느리지만 확실한 진전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구글의 다양성 지향은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CEO 주도의 하향식 운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구글은 채용, 포용(Inclusion), 교육, 공동체 4개 분야의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성 개선이 구글의 시급한 과제라는 인상을 외부에 줄 수 있는 움직임, 즉 다양성 성과를 급여 산정에 반영하는 최고위 경영진의 결정 같은 것은 없었다. 알파벳 CEO 겸 구글 공동창립자 래리 페이지 Larry Page가 서명한 문서는 없는 대신, 다양한 직원들이 집단의 힘을 활용해 다채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다양성 운동의 진지함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 기술업계의 다양성 강화 전문 NGO 프로젝트 인클루드 Project Include의 공동창업자 프레다 캐포어 클라인 Freda Kapor Klein은 구글의 다양성 캠페인이 “‘문샷 moonshot’과는 전혀 공통점이 없다”고 지적했다(문샷은 알파벳이 거액을 투자해 진행 중인 야심찬 장기 프로젝트들을 일컫는 말로, 구글 글라스와 자율주행차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우선과제가 될 수 있도록 자원을 배정하지 않는 한, 채용 방식 변경, 숫자 늘리기, NGO에 기부하기 등의 활동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알파벳의 최고법률책임자 겸 이사인 데이비드 드러먼드는 현재 사내 다양성 운동을 이끌고 있다.알파벳의 최고법률책임자 겸 이사인 데이비드 드러먼드는 현재 사내 다양성 운동을 이끌고 있다.



알파벳의 기업발전담당 수석 부사장 겸 최고법률책임자(CLO) 데이비드 드러먼드 David Drummond(53)는 이런 비판의 전제가 잘못됐다고 말하면서도, 외부의 비판 자체는 환영하고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그는 사내 다양성 운동을 이끄는 사실상의 지도자다. 드러먼드는 내부적으로 실질적인 개선이 진행 중이라고 보고 있지만, 외부의 압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외부인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덕분에 다양성 운동이 문샷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갖는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뭔지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개선을 할 수 없다”며 “우리가 자진해서 외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드러먼드는 인종 문제가 구글플렉스에서 굉음을 일으켰던 운명의 날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도 행진을 이끈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때는 2014년 7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 주 목요일에 배심원단이 트레이본 마틴 Trayvon Martin이라는 후드티 차림의 비무장 청소년을 사살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플로리다 주 자경단원 조지 짐머먼 George Zimmerman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인종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과 형사사법제도를 놓고 사회적으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SNS에선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LivesMatter)’는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었다. 평결 결과를 들은 구글의 비백인 직원들 중 상당수도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드러먼드도 마찬가지였다.
사옥 근처에서 자연스레 ‘후드티 행진’이 시작됐고, 드러먼드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구글 후드티를 입은 그는 약 100명 앞에서 확성기로 연설을 한 후, 그들과 함께 마운틴 뷰의 찰스턴 로드 Charleston Road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행렬은 구글의 올핸즈 미팅 all-hands meeting 장소에 도착했다. 회사 고위 임원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주제에 상관 없이 직원들의 질문을 받는 자리였다. 시위대가 도착했을 땐 두 공동창업자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Sergey Brin이 연단에 서 있었다. 확성기를 계속 들고 있던 드러먼드는 자신이 말하는 동안 연단에서 내려와 달라고 두 사람에게 요청했다. 2002년 구글에 입사한 그는 당시 상황이 “과거의 민권운동”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회사가 하나로 뭉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드러먼드는 다양성 증진을 위한 고위급 위원회의 일원이다. 인적자원의 다양성 증진은 지난 15년간 최고 경영진으로서 그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컸다.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지주회사 알파벳 산하의 자회사로 분리된 2015년을 기점으로, 그는 여러 비(非)검색엔진 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구글은 현재 스마트 홈(네스트 Nest), 보건 기술(베릴리 Verily), 가정 인터넷 속도 향상(구글 파이버 Google Fiber), 자율주행차(엑스(X) 사업 중 일부분) 등에 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다. 그는 “사실상 여러 벤처를 모아 놓은 형태인 만큼, 시작 시점부터 다양성과 포용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초기부터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알파벳에서 그가 하고 있는 역할이다. “우리는 그 동안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해 다른 조직들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어왔고, 지금은 이들 사업부가 신속하게 교훈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구글의 다양성 정책은 ‘하이브리드’ 형태를 띄고 있다. 모든 사업부를 대상으로, 직원들이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할 새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디자인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셈이다. 많은 직원들은 “이미 전체 직원의 약 73%가 편견 근절 교육 및 채용에 참여했고, 승진 절차도 크게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후보자를 찾을 때 특정 과목을 전공한 몇몇 명문대 출신 너머로 시야를 넓히려는 태도도 채용 담당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보니타 스튜어트 Bonita Stewart는 왜 새로운 시장에 새로운 인재가 필요한지 보여 주는 완벽한 사례다. 그녀는 디트로이트에서 다임러 크라이슬러 Daimler Chrysler 홍보 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던 10여 년 전, 구글에 입사했다. 구글의 뉴욕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자동차 업계 광고주들을 디지털 광고로 끌어들이는 것의 그녀의 역할이었다. 현재 그녀는 글로벌 파트너십 담당 부사장으로서, 구글의 제품군 확장을 활용해 광고주들이 수익을 창출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입사 당시만 해도 그녀는 개척자였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바로 다양성 혁명의 출발점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여러모로 든다.”
스튜어트는 리더로서 신규 직원 후보군을 넓히는 한편, 리더 자질이 있는 유색 여성 후원에도 힘쓰고 있다. “내가 이 자리까지 오른 유일한 여성이고 싶지는 않다.” 그녀는 생각을 공유하는 백인 직원들에게도 재능 있는 유색인 직원의 멘토가 될 것을 권하고 있다. “백인 상사가 먼저 물어봐야 한다. 그들은 요청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의 글로벌 파트너십 담당 부사장 보니타 스튜어트는 “유색인은 요청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뜻을 같이 하는 백인들에게 재능 지원에 나서달라고 촉구하고 있다.구글의 글로벌 파트너십 담당 부사장 보니타 스튜어트는 “유색인은 요청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뜻을 같이 하는 백인들에게 재능 지원에 나서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포용적인 관행이 새로운 사내 규범으로 자리 잡게 만들기 위해 크고 작은 규모의 다양한 직원 모임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흑인, 라틴스 Latinx (‘라티노 Latino *역주: 남미계 사람을 통칭하는 단어 로 본래는 남미계 남성을 의미했다’의 중성적 형태), 아시아계, 장애인, 그리고 연령대가 높은 ‘그레이글러 Greygler’ 같은 여러 모임들이 대표하는 다양성 운동의 위력은 만만찮다.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애나 패터슨 Anna Patterson은 “구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회원 수 9,000명을 돌파한 ‘구글의 여성들(Women at Google)’ 모임의 공동 회장이다. “다양성이 더해지면 모든 기술과 우리 제품들이 개선된다. 우리는 우리회사 제품의 소비자들을 포함해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드러먼드는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알파벳 외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했다. 그건 그 자체로도 상당히 급진적인 발언이다. 그는 할렘가나 오클랜드 시에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공동체 지원사업이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발끈했다. “물론 좋은 일이라서 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런 활동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드러먼드는 구글 직원들이 소외된 공동체를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그만큼 다양성의 힘에 대한 이해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친구 브라이언 스티븐슨 Bryan Stevenson의 표현을 빌어 이를 “친밀해지기(being ’proximate)”라고 불렀다. 평등정의운동(Equal Justice Initiative)이라는 NGO를 창립한 스티븐슨은 사법계의 인종주의를 다룬 책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Just Mercy)’을 저술하기도 했다. 드러먼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를 옆에서 느끼고, 효과가 확인된 수단을 활용해 IT인력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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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에 대해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인터넷 집단 지성’에 기반 하도록 설계된 자사의 핵심 제품이 실제론 ‘인터넷 집단 편견’에서 정보를 퍼 왔었다는 현실과 직면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구글은 최근 몇몇 사건을 통해 이를 경험했다. 구글의 새로운 이미지 검색 기능이 2015년 흑인 사진을 고릴라로 분류한 적이 있었다. 여론은 분노했고 직원들은 당황했다. 작년 12월에는 ‘가디언 Guardian’지의 기고자가 홀로코스트 관련 정보를 찾던 중,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선전 자료가 구글의 검색 결과 최상단에 떠 있다는 걸 발견하기도 했다. 그 기고자가 정확한 정보를 상단에 올릴 목적으로 광고를 구매해 구글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구글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건을 근거로 들어 내부다양성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회사의 말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옹호론자들은 충격적 사건 또한 학습 과정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포용을 지지하는 저술가 겸 시민운동가이자, 뉴욕에 소재한 포그 크리크 소프트웨어 Fog Creek Software의 CEO이기도 한 애닐 대시 Anil Dash는 “구글의 의도는 바람직하다”며 “굉장히 똑똑하고 사려 깊은 사람들이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시는 구글의 레이스앳 Race@ 프로그램의 네 번째 행사였던 ‘인종을 해독하다(Decoding Race)’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하기도 했다. 레이스앳은 구글 안팎에서 인종 및 인종적 평등에 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자 기획된 행사다.
고릴라 사건 당시 구글 사진검색을 이끌었던 브래들리 호로위츠 Bradley Horowitz는 이 행사에서 “당시 팀의 인적 구성이 조금 더 다양했다면 문제를 초기에 잡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IT전문 언론 테크크런치 TechCrunch의 보도에 따르면, 호로위츠는 “데이터가 성이나 인종에 차별적이면 알고리듬도 그 행동을 똑같이 흉내 낸다”고 말했다. 설령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그렇다 해도, 눈금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 저울에 손을 대는 건 구글의 임무이다. “
어떤 데이터를 제공하고, 어떻게 수정하느냐가 문제이다.”
이런 류의 교훈은 외부의 이목을 끌었을 때 오래 지속 된다는 것이 대시의 생각이다. “여론의 압박은 100% 성공한다. (고릴라) 사진이나 홀로코스트 부정론이 검색 결과에 뜬 모습은 시각적으로 굉장히 선명하다.”

구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외부 관점이 구글의 활동을 어떻게 더욱 풍요롭게 하는지에 관한 많은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첫 번째 사례는 2013년 입사한 아드리아나 하라Adriana Jara(33)다. 코스타리카 출신인 그녀는 대규모 커피 산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이웃집 소에서 짠 우유를 배달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코스타리카 미래지향 교육 시스템 내에 있는 엔지니어링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졸업 후에는 성장하는 코스타리카 IT산업 내에서 여러 좋은 직장을 두루 거쳤다.
그녀는 구글 입사 첫 날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첫 부서는 이 충격을 수용하지 못했다. “그 팀은 굉장히 인적 구성이 단조롭고 서로 비슷비슷해서 내가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결국엔 부서를 옮겨야 했다.” 그녀는 “당시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사람이 멘토나 관리자, 혹은 인사 부서에 있었더라면 도움이 됐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라는 현재 구글에서 쇼핑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핵심 팀을 구성하는 6명은 거의 모두가 상이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엔지니어 중에는 중국인과 한국인도 있다. 하라는 “모두가 서로 다르다 보니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하라는 최소 두 가지 분야에서 회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향후에는 하나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첫 번째는 쇼핑서비스다. 코스타리카 같은 라틴 아메리카의 소비자들은 미국과 관심사가 다르다. 하라는 “미국에선 배송 속도를 무척 중시한다”며 “하지만 코스타리카처럼 인프라가 워낙 열악한 곳에선 소비자들이 기다림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몇몇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배송 옵션보다 가격비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다. 하라의 팀은 그녀가 주장한 검색 방식 변경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또 한 가지 자랑거리는 상사의 격려와 인정을 받으며 구글 안팎에서 홍보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라는 구글 채용 담당자의 코스타리카 모교 방문 행사를 여러 차례 지원하기도 했다. 역량 있는 후보자를 발굴하고, 인턴 지원자들이 엄청나게 빡빡한 면접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또 페루 소녀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캠프를 방문하고, 국제개발 분야 사람들과도 꾸준히 교류했다. 제반 비용은 모두 구글이 지불했다.
이 같은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하라는 세 번째 행동에 나섰다. 구글은 오랫동안 SNS에서 존재감이 약했다. 그녀는 ‘미국과 지구촌 남미계 인구집단에서 소셜 및 모바일 기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구글이 소셜미디어에 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내는 것도 내 꿈”이라고 말했다. “남미 여성은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언제나 떼로 몰려다닌다는 등 다양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사실 나는 진정한 인간관계들을 무척 중시한다.”


앤 아버에서 근무하는 구글 직원 마이클 가드너(26). 그는 비백인·기술 비전공자 대상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구글에 입사했다.앤 아버에서 근무하는 구글 직원 마이클 가드너(26). 그는 비백인·기술 비전공자 대상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구글에 입사했다.



보기 드문 환경에서 자랐지만 회사를 적극 옹호하는 구글 직원은 또 있다. 현재 미시간 주 앤 아버 Ann Arbor에서 근무하는 마이클 가드너 Michael Gardner는 NGO와 종교 단체 담당 회계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올해 26세인 그는 “이들 단체가 지닌 변화의 힘을 확산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며 자신의 일을 무척 만족해했다. “이런 문화 때문에 나는 구글과 사랑에 빠졌다.”
가드너는 2011년 여름, 비백인·기술 비전공 인턴을 모집하는 ‘볼드 BOLD’ 프로그램을 통해 구글에 입사했다. 회사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든 그는 이듬해 정식 채용 제의를 받자 덥석 수락했다. 그는 소상공인 대상 판매자를 위한 잠재고객 발굴 시스템의 개선책을 제시하는 등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가드너는 구글의 미시간 주 사무실에서 직원 400명의 상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작년 가을 ‘포용 주간(Inclusion Week)’이라는 행사를 이끌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대선 기간과 겹쳐 진행된 이 행사는 가드너에겐 개인적인 ‘문샷’이었다. 그는 “포용을 실천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포용 주간 기간에는 직원들에게 ‘깨달음의 순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다양한 발표와 대담 행사가 준비되었다. 가드너는 이 행사가 미시간 직원들이 포용적인 직장 문화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를 회사 전체와 공유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변화를 만든 또 다른 직원은 잭 첸 Jack Chen(42)이다. 컴퓨터과학자 출신 특허법 변호사인 그는 장애인 직원에 대한 구글의 태도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이를 매우 구글적인 방식으로 설명했다. “구글이 세상에서 장애인 직원들이 일하기 가장 좋은 일터가 되는 것을 목표로 직원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10대 시절 시력을 잃은 첸은 2010년 구글 뉴욕 사무실 근무를 계기로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시각장애인인 자신에 맞게 사무실과 개인 장비를 바꾸기로 했다.
장애인들은 각자의 니즈와 도전목표가 매우 다양하다.
그는 이 집단에 명확하면서도 의욕을 고취하는 목표를 제시하기 위해, 다른 장애인 직원들과 긴밀히 협력하기 시작했다. 첸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시각장애, 자폐증, 말더듬증, 하반신 장애, 청각장애 같은 장애 목록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그는 “개개인의 경험도, 이들을 돕기 위한 해결책도 어느 하나 똑같은 게 없다”며 “공감이 이 모든 차이를 하나로 묶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엄청난 성공을 거둔 구글의 원동력이 동질적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성과주의 체제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덕분에 직원과 주주 모두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었다. 구글 검색이 그토록 뛰어난 비결은 끊임없는 미세조정과 마술의 경지에까지 이른 기술적 숙련도라 할 수 있다. 이 엄청난 성취를 달성하고 관리한 주역들은 스탠퍼드대 출신 엔지니어라는 동질적 집단이었다. 이런 성공을 함부로 비판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드러먼드 등 여러 직원들은 “상품과 인재 측면에서 포용성 부족으로 인한 기회 비용이 분명 존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드러먼드는 웃으며 “구글에서 거절당한 후 훌륭한 일을 해 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름을 댈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 대신 내가 그 이름들을 열거해 보겠다. 케빈 시스트롬 Kevin Systrom이라는 직원은 스탠퍼드대에서 학위과정을 잘못 선택했다는 이유(컴퓨터공학이 아닌 경영과학)로 구글의 상품보조관리자 프로그램에서 탈락했다. 이후 그는 회사를 박차고 나와 사진공유 전문 SNS 인스타그램을 창업했다. 2012년 이 회사는 10억 달러에 페이스북에 인수됐다. 인스타그램의 현재 가치는 인수가보다도 몇 배나 더 높다.
로라 매서 Laura Mather는 시스트롬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었던 인물이다.
매서는 선구적인 사이버안보 전문가로, 미 국가안보국(NSA)에서 경력을 시작해 실리콘밸리로 옮긴 특이한 케이스의 인물이다. 그녀는 2003년 이베이의 사기방지팀 창립 멤버로 핵심적인 활약을 했다. 이후 2006년 구글에 지원해 합격했다. 그런데 매서에 따르면, 그녀를 채용한 담당자는 래리 페이지로부터 쪽지 하나를 받았다. 매서를 채용할 순 있지만, 학벌이 약해 일을 잘하지 못할 같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12년 전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 아닌가.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페이지는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그리고 면접도 그녀의 사기를 꺾었다. 그녀는 당시 상황에 대해 “면접관들은 나보다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매서는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직장에선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후 매서는 실버 테일 시스템스 Silver Tail Systems를 공동 창업했다. 패턴인식 알고리듬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온라인 사기를 가려내는 기업으로, 2012년 보안솔루션 업체 EMC/RSA가 2억 5,000만 달러에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매서는 유니티브 Unitive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학력보단 기술과 가치를 기반으로 지원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채용 담당자들의 편견을 줄여 주는 기술이었다. 그녀는 “수구(water polo) *역주: 스탠퍼드대는 수구 명문이다 를 잘하건 못하건 그건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구글이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낼지.


● 페이스북: 다양성의 반복?

구글 못지않게
직원의 인종과 성별 문제 때문에 많은 관심과 비판을 받는 기업이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의 다양성 담당 글로벌 책임자 맥신 윌리엄스 Maxine Williams는 “회사가 상품 개발에서 보여주는 실험적 태도를 직원 불균형 해소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신제품 출시 때 일련의 시범 프로그램 결과를 추적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수정 작업을 한 후, 프로그램의 최종 존폐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는 워낙 데이터 중심적이기 때문에 시범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시범 프로그램이 직면한 난관이 얼마나 까다로울 수 있는지를 한 프로젝트의 운명이 보여주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블룸버그는 몇 달 전 ‘페이스북이 흑인, 히스패닉, 여성 엔지니어를 찾아낸 채용담당자에게 백인, 남성, 아시아계 대비 2배의 점수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이 찾아낸 다양성 후보자는 관리자 선에서 거부되는 경우도 있었다. 관리자들이 면접 중에 출신 대학을 묻는 등 프로그램의 취지와 어긋나는 ‘구식’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었다.
윌리엄스는 점수 제도는 물론, 시스템의 존재 여부에 대한 확인도 거부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변화가 느리다는 건 확실하다. 지난해 7월 기준, 페이스북의 미국 근무 기술직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1%, 히스패닉은 3%에 불과했다. 2015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 회사 전체로 볼 때 기술직 중 여성의 비중은 17%로, 전년도 대비 1%p 향상됐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다음의 세 가지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희망적인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양성 후보 원칙: 미국 미식축구리그(NFL)의 루니 규칙(Rooney rule)에서 따온 것으로, 채용면접 진행 시 소수인종 출신 후보자가 1명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페이스북 대학교: 페이스북은 소수집단 대학생들을 위한 하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들을 졸업 후 페이스북 엔지니어, 경영 및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입사하게 한다는 게 취지다(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2013년 30명의 공학도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총 170명의 공학도와 예비 분석 전문가들로 대상이 확대되어 있다.
▷무의식적인 편견에 맞서기: 페이스북은 2015년 직원들이 무의식적인 편견을 파악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온라인 강좌를 공식 개설했다. 페이스북 임원들은 영상 교육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고정관념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성과와 관련된 편견 영상을 예로 들어보자. 이 영상은 왜 어떤 사람은 재능이 있다고 인식되는 반면, 다른 이들은 그저 ‘운 좋은 녀석’으로 취급 받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Valentina Zarya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LLEN MCGIRT

ELLEN MCGI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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