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북핵·미사일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항모 칼빈슨호가 동해에 상주하며 훈련을 펼치고 있는데도 괌이나 알래스카에 이를 수 있는 것부터 남한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까지 세 번이나 쏴댔다.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을 완료할 1~2년 안에 한반도의 긴장은 점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사상 최대의 위기 국면을 만들어낼 것으로 우려된다.
김유은 한국국제정치학회장(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에게 기로에 선 한반도의 외교안보와 관련해 꼭 읽어볼 만하다는 책 두 권을 추천받았다.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라종일 지음, 창비 펴냄)’과 ‘적이 친구가 되는 법(How Enemies become Friends: the Sources of Stable Peace,찰스 A 쿱찬 지음, 프린스턴대 출판부 펴냄)’이다.
김 교수는 한양대에서 정치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 케임브리지대, 일본 와세다대의 교환교수, 김대중 대통령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참여정부 정책평가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통일부 남북회담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은 지난 1983년 10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아웅산 테러 사건’의 범인 중 한 사람이던 강민철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 외교안보 부문에서 활동해온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가 지었다. 테러리스트 세 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강민철은 당시 25세로 남북한 정부 모두 철저히 외면한 가운데 25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2008년 사망했다. 강민철은 가해자로 비참한 삶을 살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러한 삶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라기보다 바로 남북 분단이라는 구조적 모순에서 왔다. 김 교수는 “분단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왜곡하고 있는가를 휴머니즘적 시각에서 일깨워주고 통일의 비전을 휴먼 어젠다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추천 사유를 들었다.
쿱찬 교수의 ‘적이 친구가 되는 법’은 2011년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1년7개월 만에 북미 고위급회담이 재개될 때 미국 대표단이 회담장에 들고 들어감으로써 잘 알려진 책이다. 이 책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적대 국가들이 지속적 평화 관계로 발전해나가는 4개의 국면과 3개의 조건을 제시한다. 변화는 적대 국가들 중 한 국가가 전략적 차원에서 일방적 양보를 함으로써 시작된다. 이 경우 더 강한 국가가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것은 약소국에 비해 강대국이 리스크가 작기 때문이다. 두 번째 국면은 이에 호응해 서로 자제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양국 엘리트 주도하에 더욱 통합되고 네 번째는 유대감과 공통의 정체성이 형성돼 평화가 견고해지는 단계다.
김 교수는 “북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은 강압정책만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두 정부를 거치면서 명확해졌다. 도발에 대한 단호한 경고 및 제재와 함께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전략적 차원에서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