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매뉴얼은 변한다

김문환 엠케이트렌드 대표



얼마 전 국내 한 대형병원 의사들의 복장 등과 관련된 매뉴얼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다행히 병원 측에서도 이 문제점을 의식해 지적된 요소들을 수정 중이라고 한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여러 분야에 업무지침 매뉴얼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패션 브랜드의 경우 선진 시스템과 치밀한 매뉴얼로 운영되는 국내외 대형 브랜드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매뉴얼이 부족하거나 있는 매뉴얼도 준수하는 것이 쉽지 않아 아쉬움을 갖게 된다.

매뉴얼 하면 일본이 떠오른다. 부부 싸움을 할 경우에도 서로 매뉴얼을 보며 진행한다는 우스갯말이 있듯 소위 ‘매뉴얼 공화국’이라 불리는 일본이다. 여러 조직과 기관에서 운영하는 매뉴얼에 의해 국가가 움직인다는 것은 때로는 부러운 측면도 있다. 많은 부분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여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매뉴얼에 익숙한 일본도 지난 2011년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 복구 과정에서 정도가 지나친 매뉴얼의 적용으로 인한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매뉴얼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후속 행동에 제약을 둬 피해를 더 키운 결과로 나타나서다. 도출과 피해로 인해 매뉴얼에 대해 다시 보는 시각이 일고 있는 것 같다. 너무나 상식적인 내용이 자칫 기대 효과보다는 규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융통성 없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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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은 상황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 바뀌어야 한다. 1996년 행정쇄신위원회를 통해 국제운전 면허증 발급 매뉴얼을 개선한 적이 있다. 당시 국제 면허증을 받기 위해서는 제한된 운전면허 시험장에 국내 운전면허증, 항공권과 여권을 반드시 제출해야 했다. 관공서는 제출서류를 복사해 무의식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매뉴얼이었다. 이를 국내 면허증 확인만으로 가까운 경찰서에서 발행하게 한 공로로 당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이처럼 우리도 둘러보면 불필요한 매뉴얼 또는 법규의 지배하에 놓여 있는 것들이 많다. 이제 비상식이 통하던 사회에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 이제 정서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매뉴얼은 없는지 되돌아보며 필요한 매뉴얼은 무엇이고 바꿔야 할 매뉴얼은 무엇인지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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