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김태균과 유소연

박민영 문화레저부 차장

박민영박민영


우리나라 스포츠 팬들은 최근 한동안 ‘연속’ 기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의 김태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유소연 때문이었다. 김태균은 지난 4일 SK와의 대전 홈 경기에서 기록이 중단되기 전까지 무려 86경기 연속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유소연은 그 일주일 전인 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연속 컷 통과가 64개 대회에서 마감됐다. 공교롭게도 함께 이어지던 기록 행진이 거의 동시에 중단돼 아쉬움이 남지만 이들의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은 두고두고 귀감이 될 만하다.

극히 사견이지만 두 기록의 ‘이종(異種)’ 대결을 꾸며봤다. 기록의 강렬함에서 김태균이 먼저 1점을 가져간다. 김태균의 출루 행진은 비록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 린즈성이 작성한 109경기에는 못 미쳤으나 한국(종전 63경기)은 물론 일본(스즈키 이치로 69경기)과 미국(테드 윌리엄스 84경기)의 ‘전설’들을 넘어섰다. 유소연은 ‘원조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의 68개 대회에 간발의 차이로 못 미쳤으나 캐리 웹의 57개 대회 연속 컷 통과를 가볍게 넘어섰다.

이번에는 유소연의 반격. 골프대회의 경기장과 경기 조건, 기록 시간을 감안하면 유소연에게 1점을 줄 수 있다. 규격화된 구장을 오가며 대결하는 야구와 달리 골프 경기는 한 해 동안 대자연에 조성된 변화무쌍한 30여곳의 코스에서 열린다. 유소연은 2014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레인우드 클래식부터 2년8개월에 걸쳐 64개 대회 연속 컷 통과에 성공했다.


출전 일정을 선수 자신이 어느 정도 조율할 수 있는 골프와 달리 거의 모든 경기에 나서야 하는 팀 경기라는 점에서는 김태균이 다시 1점. 골프의 특성상 다른 출전자들의 범실이나 동료의 도움에 대한 기대 없이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스코어를 내야 하는 유소연도 1점을 추가해 2대2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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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대결은 무승부를 염두에 둔 것이다. 두 도전은 우열을 가릴 수도, 가릴 필요도 없는 소중한 위업이다. 탁월한 기본기와 남다른 자기관리, 강인한 정신력으로 쌓아올린 빛나는 거탑이다.

두 ‘거인’들에게서는 두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큰 목표를 바라보며 뚜벅뚜벅 걸어갔다는 것이다. 김태균은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이 내 ‘타격관’이며 기록은 그런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소연의 생각도 비슷하다. “단순히 컷을 통과하려는 것이 아니라 항상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경기를 하려고 한다. 이런 점이 연속 컷 통과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한 가지 공통점은 기록 중단을 대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자세다. 두 사람에게서 실망의 기색은 찾기 어렵다. 약속이나 한 듯 ‘재정비가 필요한 때’라며 이미 시선을 미래에 맞췄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주고 다시 한 걸음부터 시작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mypark@sedaily.com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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