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항용 칼럼] '좋은' 일자리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고임금·안정적 공공일자리 선호

일자리 창출로 '선순환' 안돼

혁신 이끌 민간기업 활동 촉진

경제 활력 불어넣기 초점 맞춰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길 열려

이항용 한양대 교수이항용 한양대 교수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공약에서 81만개의 공공 부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제시됐으며 정부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가 설치됐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추경 편성 등을 통해 1만2,000명의 공무원을 새로 고용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사실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궁극적인 경제정책의 목표이며 일자리위원회의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듯이 일자리가 성장이고 복지다. 우리의 현실을 보더라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자리 부족문제는 경제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 부문에서 고용이 증가하는 것을 마냥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공공 부문이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도는 상당 부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비판은 주로 일자리의 재원조달 및 공공 부문의 효율성과 관련돼 있다. 공무원에 대한 임금과 연금지급은 결국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복지지출 증가 등에 따라 향후 국가재정이 악화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무원 확충은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공공 부문의 효율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공공 부문의 일자리 증가가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자칫 공공 부문이 비효율적으로 몸집을 키우는 계기가 되거나 민간의 영역을 구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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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공공 부문의 일자리 창출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존재한다. 여기에 덧붙여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또 하나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흔히들 우리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보다는 ‘좋은’ 일자리라고 한다. 어떤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인가. 아마도 높은 임금, 직업의 안정성, 노동의 강도, 그리고 일의 보람 등이 조건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공 부문 일자리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로 인식되는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정부나 공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목표가 돼버린 느낌이다. 물론 공익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은 분명 보람 있는 일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공공 부문에 취업하고자 하는 이유가 직업의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그리고 노동의 강도도 높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수 있다.

그런데 국민경제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공공 부문이 항상 좋은 일자리로 자리매김해서는 곤란하다. 모든 젊은이들의 꿈이 공무원이나 공기업에서 일하는 것이어서는 국민경제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생산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 부문 특히 민간기업이기 때문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민간기업에서 일하면서 혁신과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야만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물론 공공 부문에서도 좋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공공 부문의 일자리를 희망하는 것은 정상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궁극적으로 젊은이들이 민간 부문의 일자리를 원하고 민간에서 더 많은 성과를 보일 수 있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최근의 공공 부문 일자리 공급은 마중물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국민경제에 장기적으로 손해 보는 일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개인이 원하는 일자리가 국민경제 전체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좋은 일자리가 아닐 수 있다. 앞으로는 개인과 국민경제 모두에게 ‘좋은’ 일자리가 공급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일자리가 복지만이 아니라 성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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