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카타르 왕따' 배후 자처한 트럼프…분열 확산에 국제사회 대혼란

카타르 단교국 8개로 확대…터키·이란은 반대로 지지선언

쿠웨이트·독일 등 중재 나섰지만 역부족일듯

양측과 얽힌 中·말레이 등은 우왕좌왕

美국방부 "카타르 안보에 기여"…트럼프와 엇박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카타르에 대한 무더기 단교 사태가 자신이 외교적 성과라고 주장하며 미국이 ‘카타르 왕따’의 배후임을 자처했다.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국가가 8개국으로 늘어나고 미국까지 카타르 고립시키기에 합세하며 중동 분열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세계 각국들은 중동정책의 방향을 두고 대혼란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지난달) 중동방문 때 (아랍국 정상들에게) 급진 이데올로기에 대한 자금지원은 더 이상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하자 정상들은 카타르를 지목했다”면서 “이번 일이 테러 공포를 끝내는 일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 단교의 막후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 고립에 앞장선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동은 물론 국제사회 분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5일 사우디·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예멘·리비아 임시정부·몰디브에 이어 6일에는 요르단·모리셔스가 합세하면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나라는 총 8개로 늘어났다.

반면 사우디와 미국의 대척점에 있는 터키와 이란은 카타르 지지 선언을 하고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카타르의 고립은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어려웠던 시기에 지지해준 모든 친구들과 카타르와의 유대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수니파 국가이면서도 카타르와 긴밀한 경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쿠웨이트는 이날 사우디와 카타르 사이의 중재에 나섰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7일에는 독일 외무장관도 아델 알 주바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을 만나 카타르 고립화를 중단하라고 설득에 나설 예정이지만, 이 역시 효과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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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발 중동 분열이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걸프연안국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국가들의 중동정책도 일대 혼란에 빠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UAE·카타르 등 6개국이 회원인 걸프협력회의(GCC)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중국은 협상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동남아 국가들도 선뜻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수니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올해 2월 살만 사우디 국왕의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국으로 선정될 정도로 사우디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카타르에서 최소 120억 달러(약 13조 4,000억 원)를 투자받는 입장에서 ‘수니파 맹주’ 사우디 진영에 선뜻 합류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했다. 해외 거주 근로자의 외화송금에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필리핀은 자국민 안전을 우려해 카타르 신규 파견을 일시 중단하는 조처를 취했지만 사태 장기화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편 카타르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외교정책 혼선도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 국방부가 이날 “카타르는 우리의 매우 중요한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를 둔 호스트 국가”라며 “카타르가 역내 안보에 지속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의 입장을 내놓는 등 대통령과 행정부간 정책 엇박자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카타르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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