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도시의 재구성] 젠트리피케이션 시작은 단독주택?

■ 음성원 지음, 이데아 펴냄

서울 상수동·연남동·서촌 등

주거용 건물, 상가용 개발에

임대료 오르고 원주민 쫓겨나

집, 소유 아닌 공유 서비스로

'코리빙' 미래생활 트렌드 예고





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고 5년간 총 50조원을 투입해 전국 500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벌인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도시재생은 낡은 집 허물고 새집 짓는 재개발 사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옛것과 공동체를 강조하는 당위의 논리도 이제는 먹혀들 틈이 없다. 도시의 경쟁력을 찾아내 다시 살아갈 자생력을 모색하는 도시재생의 본질은 좀 더 복잡한 일이다.


때마침 도시재생의 의미와 도시의 속성을 도시계획·건축적 지식뿐 아니라 사회학적 고민까지 두루 얹어 파고든 새 책 ‘도시의 재구성’이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의 사례를 기반으로 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연구가 우선 돋보인다. 저자는 “흔히 젠트리피케이션을 ‘예술인이 동네를 부흥하면 임대료가 뛰고, 그에 따라 그 예술인들은 도리어 동네를 떠나야만 하는 상황’으로 정의한다”면서 “그로 인해 세입자가 쫓겨나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는 감성적 설명을 뛰어넘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며 접근했다. 그 결과 젠트리피케이션은 예술가나 상인의 유입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상가로 바꿀 수 있는 주거용 건물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쏠림 현상에 있었음을 찾아냈다. 이미 2011년부터 매매 거래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단독주택, 즉 상가로 변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변하지 않아 값이 저렴한 주택으로 ‘부동산 쏠림’이 있고 그곳에 상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상가임대차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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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을 상가용으로 바꾸는 데는 기존의 건축 자원만을 이용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적의 효과를 내는 ‘재생건축’이 더 적합하다. 저성장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인데 확신할 수 없는 유동인구의 유입 여부를 두고 전체 지역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거대한 용적률 위에 새집을 짓는 일은 무모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으로 꼽히는 상수동·연남동·서촌 등지의 낯익은 풍경은 이 같은 이유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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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펼쳐질 도시의 미래상도 흥미롭다. 고령화 시대, 늙어가는 도시가 ‘재생’을 택했다면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은 ‘코리빙(co-living)’ 트렌드를 예고한다. 코리빙은 셰어하우스, 공유주택 등의 용어를 버무린 신조어다. 저자는 그 이유를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서 발견해 “교류를 원하면 세계 무대를 자기 집처럼 여기는 코즈모폴리턴은 집을 하나의 서비스로 여기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봤다.

교통이 도시 구성의 결정적 요소이기에 자율주행차의 등장도 도시의 변화를 이끌 듯하다. 스마트폰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자율주행차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늘리게 할 것이고 이는 결국 차량 소유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과거 개발 시대에는 자동차가 달리기 위한 도시가 강조돼 사람들이 소외됐다면 자율주행차와 공유서비스가 결합된 미래 도시는 오히려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한 ‘걷기 좋은 도시’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사람이 주인이 된 미래 도시의 청사진이 그러나 핑크빛만은 아니다. 도시에서 자동차가 사라지면 공해가 사라질 뿐 아니라 일자리도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활력이 감소한다. 도시는 생산과 소비가 집중돼 나타나는 활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를 모두 고려한 도시재생을 위해 면밀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1만9,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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