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의 ‘달팽이 마라톤’은 도시숲의 재발견이다. 지난 10일 인천 중구 북성동 월미도 월미공원에서 진행된 ‘도시숲 사랑 달팽이 마라톤’이 그랬다. 우리 근처 곳곳에 존재하지만 그동안 소홀히 생각했던 도시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함께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남동구 주민으로 11세 아들과 행사에 참가한 이은미(40)씨는 “인천에 살면서도 이 공원(월미공원)을 돌아본 적이 없었다. 월미도까지만 와 봤지 둘레길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좋은 공기 마시고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과 산림청·인천시의 공동주최로 진행된 이날 달팽이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오전 8시20분 월미공원 만남의광장에는 5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마침 새벽에 비가 내려 공기는 더욱 청량하고 맑았다. 도시숲 월미공원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시민들은 바다와 녹음을 벗 삼아 월미공원을 한바퀴 돌았다. 돈대삼거리, 월미전망대, 월미둘레길, 한국전통공원에서 다시 만남의광장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월미돈대에서는 과거 월미도가 수도권을 지키는 최전방 방어선이라라는 것을 깨닫고, 월미전망대에서는 인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봤다. 한국전통공원에서는 부용지, 소쇄원 등 재현된 우리 전통정원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친구와 함께 참석했다는 장혜린(23)씨는 “아빠가 동네에 이런 행사 있다길래 참가했다”며 “어르신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게 잘 준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단위의 참가자들도 많았다. 딸과 부인과 함께 한 장효순(51)씨는 “가족이 매주 월미공원을 찾아 한바퀴 도는데 오늘은 특별한 날인 것 같아 즐겁고 좋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특히 산림청이 추진하는 도시녹화운동을 홍보하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도시숲 조성 효과와 우수사례, 도시녹화운동 참여방법 등이 마련됐다. 목공예 등 나무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도 선보였다.
올해 출범 50주년을 맞는 산림청의 신원섭 청장은 “지난 50년간 숲을 잘 가꿔 이제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림국가가 됐다”고 자신하며 “도시녹화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9.91㎡(2015년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9㎡를 넘어섰다. 참가자들은 시민들이 즐기면 즐길 수록 더욱더 도시숲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달팽이 마라톤의 활용도는 이런 점에 있다는 평가다.
한편 이날 달팽이 마라톤은 인천 도심 활성화를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다. 월미전망대의 바로 아래로는 화물들이 쌓인 인천항 내항이 보인다. 최근 외항들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내항은 침체돼 있다. 김홍섭 인천 중구청장은 “동북아 중심인 인천항 내항이 벌크 등 화물의 소음·분진으로 망가지고 있다”며 “중국과의 교역, 관광 중심으로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최수문·신다은기자 chsm@sedaily.com, 사진=이호재·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