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상사와 소통 안돼"...입닫는 직장 초년생

말만하면 "뭘 모른다" "건방지다" 핀잔 듣기 일쑤

상사 부당한 시선 경험한 2030 직장인 84% 달해

일부 "소통 능력 키우자" 스피치학원 등록하기도



# 올해 입사 2년 차인 박경호(32)씨는 직장 내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이다. 회의나 회식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자신이 없는데다 무슨 말을 해도 “분위기 파악 못 한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박씨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이 앞서 적극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위축된다”며 “고민 끝에 스피치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 직장인 이새롬(27)씨는 회사 사람들과 대화할 때 주로 단답형으로 답한다. 먼저 말을 걸지도 않고 가능한 대화 자리를 피한다. 이씨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회사에서 말을 많이 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자유롭게 말하라고 해 의견을 피력했다가 ‘건방지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어 말을 아낀다”고 강조했다.


20~30대 젊은 직장인의 상당수가 직장 내 의사소통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세대인 직장 상사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아예 대화 자체를 피하는 직장 초년생도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타고 직장 내 대화술을 강의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젊은이들 사이에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20~30대 회원을 대상으로 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장 상사의 권위에 눌려 부당한 시선을 느껴본 적 있다는 답변은 응답자의 84%에 달했다. 응답자들이 불편하다고 느낀 사례로는 ‘말 몇 마디로 규정하는 것’이 28%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노력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이 25%, ‘질문과 생각을 세상 물정 모르기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15%를 각각 차지했다.


직장인 최호선(31)씨는 “고민을 얘기해도 결국 상사의 답변은 내가 노력을 안 하기 때문”이라며 “그럴 때마다 대화 의지가 꺾인다”고 말했다. 이규호(29)씨는 “다 들어줄 것처럼 하고는 결국은 ‘뭘 모른다’나 ‘당돌하다’는 말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차라리 말을 안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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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학원은 이 같은 세태에 맞춰 직장인을 대상으로 대화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학원별로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크게 직장 내 상황별 역할연습, 대화 이론 교육, 전문 강사의 피드백 등으로 이뤄져 있다. 서울시내의 한 스피치학원 관계자는 “주 고객이 20대에서 30대 젊은 직장인”이라며 “교육이 주로 PPT(파워포인트) 발표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회사 내 대화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직장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할 만큼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경쟁 사회에서 대화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 상사의 성향에 맞춘 대화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데다 직장 내 소통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화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서비스업과 지식집약 산업 등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소통능력이 강조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과 동시에 직장에서 또 다른 경쟁을 펼쳐야 하는 터라 대화술이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육체노동에서 서비스와 지식 노동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개편되면서 사람을 대하고 협력하는 소통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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