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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변요한 “‘하루’에는 비극을 능가하는 사랑이 있다”

“영화 어떻게 봤냐고요? 제가 여쭤보고 싶었던 거예요. 기자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하루‘를 어떻게 봤냐’는 의례적인 질문에 더할 나위 없이 ‘변요한 다운’ 대답을 내놨다. 인터뷰 내내 상투적이지 않은 대답을 하기 위해서 질문을 곱씹던 변요한이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공연하고 독립영화를 찍을 때도 어떻게 봤냐고 제가 물어보는 편이었다”며 “꼭 가지고 가고 싶었던 메시지가 영화상으로 잘 표현된 것 같다”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배우 변요한/사진=딜라이트배우 변요한/사진=딜라이트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는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준영(김명민)이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인 민철(변요한)을 만나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물. 첫 번째 상업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거쳐 어느덧 두 번째 상업영화 ‘하루’에 임하게 된 변요한. 어떤 인연으로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됐을까.

“‘육룡이 나르샤’를 촬영할 때 김명민 선배님께서 ‘이런 시나리오가 있는데 한 번 보겠니’라고 제안하셨어요. 거의 1년 동안 같이 촬영을 했고, 또 제가 호위무사로 있었기 때문에 충성심이 발휘돼서 보겠다고 했죠(웃음). 굉장히 어렵고 헷갈리는 작품이었어요. 처음에는 분명 후루룩 읽혔죠. 그런데 보다보니 함정에 계속 빠지더라고요.”

‘하루’는 여러 시간여행 기법 중 하나인 타임루프(인물이 동일한 시간을 반복하는 것)를 사용했다. 끝없는 하루의 반복은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에게 고역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눈을 뜨면서 감정은 매번 달라져야 했기 때문. 변요한은 “몇 번 일어났는지 숫자를 계속 세게 되더라”며 감정을 컨트롤하는 데서 고민이 됐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입장을 연기하는 김명민이 앞서 분위기를 만들어 준 덕에 그를 따라 자연스럽게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김명민 선배님은 저보다 한 달 전에 촬영을 시작하셨어요. 비행기에서 50번 이상 깨어나시면서 이미 준영으로 서계시더라고요. 저는 고시원으로 끌려갔죠. 각자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꿈같은 일을 겪는 데미지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숙제였죠.”

반복되는 하루 속 유일하게 서로를 인식하는 준영과 민철은 그야말로 운명공동체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강렬했던 장면이 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다. 민철이 다짜고짜 준영의 멱살을 잡는 부분. 선배의 멱살을 어찌 잡을까 고민하던 변요한에게 김명민은 “대본에 쓰여 있는 것처럼 훅 잡아”라고 쿨하게 말했다고.


“영화 속 첫 만남이 첫 촬영이었어요. 선배님께서 이미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주셨기 때문에 들어가서 연기만 하면 됐죠. 그렇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큰 부담이기도 했어요. 선배님이 대본대로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용기가 났죠. 민철이를 연기하면서는 평소 생활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설 구급대원을 만나 이야기도 들었죠. 아무렇지 않게 껌을 씹으며 구조하던 민철이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확실한 구분점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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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요한/사진=딜라이트배우 변요한/사진=딜라이트


민철과 준영의 관계만큼이나 강식(유재명)과의 관계도 무척이나 중요했다. 택시에서 벌이는 몸싸움은 살벌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변요한은 액션연기를 하다 보니 당연히 부상을 따라올 수밖에 없지만, 다행히 실려 갈 정도는 아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막싸움’처럼 보이지만 정확히 합이 있는 액션들이라 무술감독의 지도하에 잘 진행됐단다.

“그 액션신 뿐만 아니라 모든 장면이 힘들긴 했어요. 사실 몸이 힘든 것보다는 싸워야만 되는 상황들이 힘들었던 거죠. 서로 말하면서도 들리지가 않아요. 몸부림을 치면서 말을 하는데 통하지 않는 거죠.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니까요. 두 사람이 피해자 대 피해자가 되니까 그 감정을 가져가는 게 힘들더라고요.”

‘하루’는 초반과 후반의 색깔이 달라지는 데 묘미가 있다. 앞부분에서는 스릴러로서 장르적 재미를 펼쳐 보이고 뒷부분에서는 인간이 가진 감정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본다. 사실 변요한은 장르적 특징보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더욱 주목했다고 말했다. 인물들이 내보이는 용기와 깨달음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보고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슬퍼하고 분노하다가 결국에는 사랑으로 덮어주잖아요. 그런 것들이 인간관계의 본질을 표현한다고 느꼈어요. 우리 삶도 그렇잖아요. 영화는 장르적인 성격 때문에 더 극단적으로 보여준 거죠.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통해 ‘하루’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아냈다. 인터뷰 첫머리에서 언급됐던 메시지는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누구나 사랑하는 이를 빼앗겼을 때 분노를 느낀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이 지닌 분노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역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분노에서만 끝난다면 비극이다. 변요한은 비극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았고, 그 과정에서 사랑이란 답을 얻어낸 것이었다.

“저에게 사랑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사랑이 많아지고 싶은 사람이죠. 작품이 끝나고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 친구들이나 부모님께 사랑한다고도 많이 표현하고요. 아직 사랑이 뭔지 잘 모르지만 이것을 바탕으로 연기할 때도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작품이라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 단 한 명이나 두 명, 혹은 백 명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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