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시아파 맹주 이란 공격,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카타르 단교 및 제재 등 중동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중동 패권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중동 정치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로부터 13일 복잡한 최근 중동정세의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봤다.
-최근 갈등의 배경은.
△지금의 중동 정치를 알기 위해서는 지난 2003년 이라크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담 후세인 수니파 정권이 미국에 의해 몰락하고 이라크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선다. 이라크는 시아파가 인구의 65%다. 그러자 시아파 벨트가 형성된다. 이란, 이라크, 시리아(시아파 아사드 정권),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으로 연결된다. 이를 시아파 초승달 벨트라고 부른다. 이라크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자 옛 후세인 시대 수니파는 모두 축출당한다. 연금까지 못 받게 된다. 그래서 이들과 시리아에서 시아파 아사드 정권에 내쫓긴 수니파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 IS다.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는 이처럼 시아파 벨트가 형성되며 세를 형성해나가자 중동 패권이 이란으로 넘어갈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특히 2015년 7월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며 이란이 다시 국제무대에 등장하자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됐다. 그래서 사우디는 수니파 대 시아파 갈등을 격화시키면서 수니파들을 결집시켜 이란에 대항하고자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여기에 카타르가 수니파이면서도 이란과 가깝게 지내는 등 어깃장을 놓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벌주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선되고 반이란 노선을 취하면서 사우디는 힘을 얻게 됐다.
-카타르는 어떻게 될까.
△카타르는 사우디 편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카타르는 소국이다. 인구도 자국 사람은 40만명에 불과하고 85%가 외국인이다. 카타르는 삼면이 바다라고 하지만 수심이 얕다. 큰 배가 못 들어온다. 생필품·건설자재 등 대부분의 상품은 육지를 통해, 사우디 국경을 통해 들여와야 한다. 또 2022년 월드컵 등 국제행사도 치러야 한다. 역점을 두고 있는 항공산업도 키워야 한다. 하지만 만약 사우디가 정권교체까지 노린다면 카타르가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오히려 이란에 더욱 붙을 수 있다.
-IS 테러에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설까.
△군사적 보복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테러 배후로 미국과 사우디를 지목하며 ‘피의 복수’를 다짐하고 있지만 지금 이란에 가장 급한 것은 미국의 제재 해제이다.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최근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국민들의 이 같은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살 직접적인 군사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대IS 공세를 강화하거나 중동 내 시아파 국가나 반군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정도는 할 것이다.
-미국의 입장은.
△이란 핵 협상을 타결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다르다. 트럼프는 철저히 사우디 편이다. 최근의 사우디 방문이 이를 명백히 보여줬다. 사우디도 이에 보답하기 위해 1,100억달러(한화 약 122조원)의 무기구매 계약을 포함해 3,800억달러(한화 약 424조원) 상당의 투자를 하겠다고 통 큰 약속을 했다.
-앞으로의 중동정치 전망은.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중동 패권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다. 하지만 두 나라가 군사충돌로까지 이어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탐사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