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수술 4,221건, 치료가 잘 안 되는 염증성 대장질환 중 하나인 크론병 진료 2,541건, 대장암 수술 289건, 조기 대장암 부위를 대장내시경에 달린 칼로 회 뜨듯이 도려내는 ‘내시경 점막하박리법(ESD)’ 시술 235건. 보건복지부 지정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대항병원의 지난해 주요 성적이다. 지난 1990년 개원 이래 치질 등 항문질환 분야에서 13만여건의 수술을 했고 2007년 도입한 ESD 시술도 2,500건을 넘어섰다. 국내 1위다. 수술 후 재발률 1% 미만의 놀랄 만한 치유 결과를 보이고 있다. 여성 전문의가 진료하는 ‘여성 치질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대항병원은 1990년 서울대 의대 동기인 이두한·김도선 대표원장 등이 서울 방배동에 연 대장항문 전문 서울외과가 출발점. 9년 뒤 사당동으로 옮기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30명의 전문의 등 260여명의 직원들이 몸담고 있다. 두 대표원장은 병원 운영 전반과 치질 등 항문질환을, 육의곤 원장은 대장암 분야를 챙긴다.
◇부풀고 늘어진 치핵, 수술이 유일한 완치법=치질은 치핵·치루·치열 등 항문에 나타나는 질환을 통칭한다. 치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치핵의 치(痔)는 항문의 질병을, 핵(核)은 덩어리를 뜻한다. 반복되는 배변, 힘줘 변을 보거나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 등으로 인해 항문 주변의 혈관·점막, 점막 아래 조직이 부풀어 오르거나 덩어리를 이루며 늘어져 출혈이 일어난다. 항문 입구에서 약 1.5㎝ 안쪽 톱니 모양의 치상선 위쪽의 내치핵, 아래쪽의 외치핵, 두 가지가 동반된 혼합치핵으로 나뉜다. 초기는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오지 않고 출혈도 없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복압이 올라가는 과격한 운동과 출산·음주 등도 위험요인이다. 특히 음주는 혈관을 확장시켜 항문 출혈을 일으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근치적 절제술만이 유일한 완치 방법이다. 치핵과 주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눈으로 보면서 절제해야 완벽하게 제거,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고름 등 새는 샛길 제거하고 원인균 잡아야=치루는 항문 안쪽에서 바깥쪽 피부 사이에 샛길(치루관)이 생겨 진물·고름·가스·변이 새어 나온다. 항문 주변의 만성적인 염증·고름이 출발점이다. 원인균이 일반 세균이나 결핵균 때문인지,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 때문인지에 따라 치료에 쓰는 약과 치료기간 등이 달라진다. 치루관 전부와 항문 조임근(괄약근) 일부를 잘라 내 새 살이 밑에서부터 차올라야 근본적으로 치유된다. 조임근을 많이 절개하면 변 조절 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회피하는 수술방법이 중요하다. 방치하면 치료하기 힘든 복잡치루로 진행된다.
변을 볼 때 피가 나고 아프다면 항문이 찢어진 치열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있는 다섯 명 중 한 명가량이 치열인데 심한 경우 변을 본 뒤에도 몇 시간씩 통증이 이어진다. 변비가 심하거나 항문이 좁아져서 생기는데 여성에게 많다. 1~2개월 미만의 급성 치열은 충분한 식이섬유소 섭취와 지속적인 좌욕을 통해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오래된 만성 치열의 경우 내괄약근을 부분적으로 절개해 항문을 넓히는 간단한 수술로 치료된다.
◇전이 안 된 조기 대장암 ‘내시경 메스’로 OK=림프절로 전이되지 않은 조기 대장암은 암 덩어리만 제거하면 된다. 굳이 20㎝ 이상 대장을 자르거나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제거할 필요가 없다. 대항병원은 이런 환자에게 외과적 수술이나 마취를 할 필요가 없는 ESD 시술을 한다. 대장점막 밑에 약물을 주입해 부풀린 뒤 내시경 끝에 달린 메스로 회를 뜨듯이 종양과 점막하층을 도려낸다.
대장을 잘라내지 않기 때문에 2~3일 정도 입원치료 후 퇴원해 정상적인 식사와 일상생활·운동을 할 수 있다. 주말에 입원해 조기 대장암을 치료한 뒤 월요일에 출근할 수 있을 정도다. 1주일간 과식·음주, 자극성 음식만 피하면 된다.
대항병원은 또 전체 대장암 수술 환자의 90% 이상을 복강경 수술로 시행해 빠른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1대1 전담 주치의, 전문 코디네이터의 ‘24시간 전화상담 서비스’도 강점이다.
◇섬유소 섭취·온수 좌욕 항문 건강에 도움=치질은 배변·식습관 개선과 온수 좌욕 등을 통해 증상을 개선하거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하루 한 번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고 5분 안에 일을 보지 못하면 중단하는 게 좋다. ‘1-1-5 원칙’이다. 스마트폰·신문·책을 보며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금물이다. 몸을 앞으로 숙이지 말고 편안히 앉은 상태에서 배에 많은 힘을 주지 않는 게 좋다.
장운동과 항문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물성 섬유소 섭취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김·다시마, 콩, 고구마·감자, 사과·알로에·당근 등은 섬유질이 풍부하면서도 열량이 낮고 장에서 생성되는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배변 또는 외출 후 3~5분간 미지근한 물에 좌욕을 하면 혈액순환과 수술 후 상처 치유 등에 도움이 된다. 좌욕을 하면서 항문을 오므렸다 폈다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소독약·소금 등은 넣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