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

박윤서 CJ E&M 오펜 드라마 당선 작가



나는 사람이 싫었다. 그럼에도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심리를 파악해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작가로서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드라마’ 같던 내 인생은 어쩌면 작가로서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돼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경험했던 실망·치욕·분노·억울함 등 숱한 감정의 부산물을 제거하고 심리적 해갈을 얻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고 잊으려고도 애써봤지만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를 완벽하게 차단한다는 것은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찾은 해법이 바로 글쓰기였던 것. 무작정 쏟아져 나오는 감정의 파편들을 읽는 이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앞뒤가 맞고 의도가 명확해야 했다. 한 인물의 대사는 그의 모든 경험, 생각과 욕망에 기인해야 했다. 그렇게 그의 인생을 만들고 사연을 기술하다 보니 어느새 감정이 이입되고 그의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가 선하든 악하든 비겁하든 파렴치하든 그 누구도 이해 못 할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새 사람을 용서하게 됐고 나아가 나를 용서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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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심리 치유용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이제 가장 즐거운 일이 됐고 내 인생의 꿈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보상을 받았다. CJ E&M이 작가양성을 위해 실시한 오펜 공모전에 당선된 것. 나는 여전히 사람이 두렵고 관계에 서툴다. 그렇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글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을 알고 싶다. 그리고 나도 수많은 상처 입은 또 다른 나와 같은 이들에게 작은 꿈과 희망이 되기 위해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고 글을 쓸 것이다. 나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창작의 물꼬이자 열정의 자극제가 돼준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사람’. 이제는 그 사람이 바로 내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다. 글과 무관하게 살던 내게 느지막이 글이라는 꿈이 생기고 감동을 주고 싶다는 소명이 생긴 것처럼, 꿈이 없어서 혹은 두려워서 시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박윤서 CJ E&M 오펜 드라마 당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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