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팬택 '영욕의 상암동' 떠나다

마지막 남은 50여명 직원들

판교·신논현·김포로 흩어져

사물인터넷 시장 집중키로

1915A14 팬택의 역사




한때 국내 휴대폰 시장점유율 2위까지 올랐던 팬택의 상암동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동안의 재기 노력이 사실상 물거품 되고 일부 특허까지 팔아넘기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공중분해’ 됐다.


마지막 남은 50여명의 직원들은 판교·신논현·김포로 뿔뿔이 흩어져 사물인터넷(IoT) 시장에 집중한다. 휴대폰 제조사로서의 재도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지난 주말 이사를 마치고 이번 주부터 새로운 공간에서 정식 업무를 시작한다.

20여명의 연구 인력은 모회사 쏠리드 사옥이 있는 판교에 입주하고, 영업·재무·법무·특허·인사·에프터서비스(AS) 등 30여명은 신논현역 인근의 AS센터 건물로 이전한다. 품질 및 자재 관리 등 5명 정도의 인력은 김포에 별도로 마련된 소규모 공장에서 근무한다.

팬택 측은 공식적으로 “휴대폰 사업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팬택의 새 제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팬택은 앞으로 IoT 사업 부문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통신 모듈 칩셋 형태의 제품으로 B2B(기업간거래) 위주로 사업을 전개한다. 앞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팬택’이라는 브랜드가 박힌 제품은 볼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팬택의 기술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한국전력, 에스원, 버스 관제, 국토부 디지털 운행기록장치(DTG) 사업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지금 수준의 인력 규모는 유지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상암동 팬택빌딩 전경상암동 팬택빌딩 전경


팬택이 위기에 빠진 건 2012년부터다. 2007년 시작된 1차 워크아웃을 4년 만에 졸업했고, 스마트폰 활성화로 기대가 커졌지만 2013년 말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해 마케팅 역량이나 영업력 등에 한계가 있었다. 삼성전자, LG전자와 비교하면 여러 면에서 열세였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춘 대기업보다 원가경쟁력이 떨어졌고, 중국 기업들의 성장 등 경쟁 상황도 악화되면서 차별화에도 애를 먹었다.

지난 2015년 쏠리드에 인수되면서 1년 반 이상 갇혀 있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는 듯 했다. 4,000여건의 특허와 20년 이상 축적한 기술력, 그리고 직원들의 열정이 부활의 큰 원동력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팬택은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함께 했던 직원들은 떠나가고 이제 50여명만이 남았다. 보유하고 있던 주요 특허는 해외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특허는 2,036건, 해외 특허는 1,111건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앞으로 상당수가 추가로 매각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팬택의 부활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스카이라는 브랜드가 돌아왔을 때 이통사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던 계획이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팬택이 다시 일어나지 못한 데 대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