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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병'치료 기전 찾았다

헌팅턴병 생쥐의 신경 세포가 정상에 비해 위축되어 있지만, 약물을 투여한 결과 신경 세포의 크기가 회복됐다. /사진제공=KIST헌팅턴병 생쥐의 신경 세포가 정상에 비해 위축되어 있지만, 약물을 투여한 결과 신경 세포의 크기가 회복됐다. /사진제공=KIST


헌팅턴 무도병은 유전적인 결함으로 뇌의 특정 신경세포에 광범위한 손상이 생겨 자신이 의도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손과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19세기 이 ‘춤추는 병’은 의사 조지 헌팅턴에 의해 유전된다는 사실이 처음 발견되었고, 20세기에 들어 사람의 염색체 4번에 위치한 헌팅틴 유전자의 돌연 변이가 원인임이 밝혀졌다. 이후 ‘헌팅턴병’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 이 뇌질환을 호전시킬 약물이나 그 밖의 치료법은 없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의약연구단 류훈 박사연구팀은 지난 15년간 헌팅턴병의 병리기전을 탐구하고 더불어 질병을 완화하는 약물 개발에 집중해왔다.


류훈 박사팀은 지난 연구에서 헌팅턴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 ‘히스톤메틸화효소’의 증가에 따른 염색질의 응집 현상을 발견한 바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히스톤메틸화효소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였을 경우 신경세포의 기능을 변화시키고 뇌의 병리와 운동조절에 이상을 일으키는 것을 밝혔다고 19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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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훈 박사팀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히스톤메틸화효소를 기존에 알려진 항생제 약물로 억제하면 헌팅턴병 생쥐의 위축된 뇌의 신경 세포의 기능이 회복될 뿐만 아니라, 운동 조절 능력의 향상과 수명이 연장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KIST 류훈 박사는 “이번 연구는 헌팅턴병에서 보이는 신경 세포의 손상과 행동 장애를 완화시킬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하며, “다른 퇴행성 뇌질환인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병리기전에 대한 이해와 치료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에 사용한 항암제가 뇌질환 치료제로써 약효를 보이나 높은 농도에서 세포 독성을 보이는 문제가 있어 향후 무해한 약물의 개발 등, 개선되어야할 점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KIST 주도하에 미국 보스턴 의대와 공동연구로 진행하였으며,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뇌병리 연구분야의 권위지로 알려진 ‘액타 뉴로패솔로지카’에 7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류훈 KIST박사 /사진제공=KIST류훈 KIST박사 /사진제공=KIST


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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