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22일(현지시간) 현행 건강보험법인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트럼프케어’ 법안을 공개했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와 상원 처리에 진통이 예상된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바마케어 보장 확대에 사용돼 온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을 없애고 의무가입 조항을 폐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자체 트럼프케어 법안을 공개했다.
공화당이 앞서 지난달 하원에서 통과시킨 법안과 비교하면 의무가입폐지 등 큰 골자는 같지만, 내용상으로는 많이 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원 법안은 오바마케어 제도하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확대 조치를 즉각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상원 법안에는 2021년 폐지로 시점이 늦춰졌다. 연방정부 보조금 지급기준도 하원 법안은 현행 소득 기준에서 연령 기준으로 바꿨으나 상원 법안은 이를 다시 소득 기준으로 하되 그 대상을 현행 연방빈곤선 기준 400%에서 350%로 다소 낮췄다.
아울러 보험회사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 하원 법안은 오바마케어 상의 필수의료 보장 및 기왕증(보험가입 전 얻은 질병) 차별 금지 조항을 주(州) 정부가 배제할 수 있도록 했으나 상원 법안은 필수의료 보장은 배제할 수 있도록 하되 기왕증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만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케어 법안을 공개하면서 “오바마케어는 중산층과 미국인 가정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기 때문에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면서 “그들은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법안이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하고 부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법안은 건강보험과 보호 조치가 가장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 그런 것들이 절실한 사람들(저소득층)로부터 그나마 있는 혜택을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 강경파들도 ‘무늬만 개정안’이라고 일갈하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랜드 폴(켄터키), 테드 크루즈(텍사스), 론 존슨(위스콘신), 마이크 리(유타) 상원의원 4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여러 이유로 인해 우리는 이 법안에 투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 4명이 끝까지 새 법안에 반대하면 상원 통과는 힘들어진다. 이들은 다만 “법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지도부의) 협상에는 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 도중 관련 질문에 “오바마케어는 죽었고 우리는 오늘 새 계획을 내놓는다”면서 “이것은 앞으로 협상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간의 협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케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1호 법안’으로, 한 차례의 하원 처리 시도 불발 이후 지난달 4일 찬성 217표, 반대 213표로 하원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다.
공화당 지도부가 내주 상원에서 트럼프케어 법안 처리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이번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하원 통과 법안과 내용이 일부 달라져 하원 표결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