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R&D·투자 稅공제 줄이면 일자리는 어쩌자는 건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기업의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줄이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2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에게 “R&D와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세제개편안에 담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연간 1조원 정도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기획위가 세액공제를 축소하려고 하는 항목은 연구개발비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설투자 등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일반기업이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은 2조6,5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조원 정도를 공제 대상에서 제외해 세수를 더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세액공제 축소가 기업투자 감소로 이어져 결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연구소를 보유한 기업 68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R&D 세액공제가 축소될 경우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57.8%에 달했고 현재의 투자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29.9%에 불과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R&D와 시설투자 규모가 큰 대기업들은 감면 축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R&D 세액공제를 1조원 정도 줄이면 일자리 1만3,000개가 감소한다는 민간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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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R&D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R&D 세액공제율을 20%로 높여 이를 영구화했고 일본도 2015년 세액공제를 확대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단순히 공약 실천을 위한 세수를 확보하자고 R&D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정부는 우리 경쟁국들이 R&D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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