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이름이 대구 오페라하우스 무대 위에 난데없이 울러 퍼졌다. 한국의 정치 풍자 코미디가 아니다. 23일 개막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개막작 ‘스팸어랏(Spamalot, 영국)’의 대사 중 하나다. 관객들은 생소한 외국 뮤지컬에서 등장한 그의 이름에 폭소를 터뜨렸다.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아서왕과 다섯 원탁의 기사들이 신성한 신의 계시를 받아 성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스팸어랏’은 어처구니 없는 패러디를 통한 날카로운 풍자로 이날 오페라하우스를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아서왕 일행에게 주어진 신성한 신의 계시부터가 어처구니없다. 바로 ‘대구에서 뮤지컬을 만들라’다. 어떡하면 뮤지컬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아서왕에게 기사들은 여러 방법을 제안한다. ‘동성로 맥도날드에서 배우를 캐스팅하자’, ‘유아인과 같은 스타가 필요하다’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더니 급기야 ‘김무성이 여행가방을 들고 나오면 어떨까’는 풍자에 도달한다. 최근 보좌진에게 성의 없는 태도로 자신의 짐가방을 건네 ‘노룩패스’ 논란이 일었던 김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이쯤이면 근엄하게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박수와 웃음소리가 커진 것은 당연지사. 관객과 배우 사이의 언어의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관객의 직접 참여도 눈에 띄었다. 객석에 성배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배우들은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 사이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성배를 갖고 있던 관객을 찾아 무대 위로 함께 올라갔다. 중년의 관객은 당황하는 듯 얼굴을 숙였다가도 이내 곧 활짝 웃으며 그들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공연 마지막에는 모든 배우가 다 함께 ‘삶의 밝은 면을 보세요’란 가사를 한국어로 합창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스팸어랏’으로 막을 올린 DIMF는 오는 7월10일까지 총 18일에 걸쳐 9개국 26개작이 뮤지컬 팬들을 맞이한다. ‘투란도트’, ‘폴리타’ 등의 대작들이 대구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천마아트센터, 계명아트센터 등 대구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대구=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