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글로벌 뉴스메이커] IT업계 흔드는 베스타게르 EU경쟁담당 집행위원

시장 투명성 침해에 '철퇴' 날렸지만

美 IT기업 겨냥해 '정치논란' 재점화





“유럽연합(EU)의 반독점 과징금을 단순한 회계장부의 숫자로 머물지 않게 하겠다.”

EU가 지난해 애플에 이어 구글에까지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리면서 이 결정을 진두지휘한 ‘철의 여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에게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경쟁담당 집행위원 지명자로 유럽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남긴 소신발언은 ‘시장의 투명성 침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말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시장과 경쟁의 효율성을 믿는 원칙주의자’ 베스타게르의 소신은 EU 경쟁당국의 ‘탈(脫)정치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미 정보기술(IT) 업계를 겨냥한 잇단 강공이 미·EU 간 정치적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베스타게르 위원은 EU에서 활동하기 전 덴마크에서 경제개혁을 이끌어내며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1년 부총리 겸 경제·내무장관에 오른 그는 덴마크 정부의 복지지출을 줄이고 2020년까지 기업 비용을 40억크로네(약 6,990억원) 감축하는 친시장 정책으로 주목됐다. 그가 경제정책을 이끌기 시작한 2011년 10월 5.9%였던 덴마크 실업률은 현재 4.1%로 떨어졌다. 헬레 토르닝슈미트 전 총리는 베스타게르 위원을 “정말 원하는 일은 반드시 진척시킨 사람”이라고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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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타게르 위원의 ‘시장주의자’적 면모는 정치적 시비가 그칠 날이 없었던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자리에서 정치색을 덜고 형평성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취임하기 전까지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에게는 ‘차르’라는 별명이 붙었다. 거의 마무리 단계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반독점을 이유로 경쟁당국의 벽에 막히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반면 베스타게르 위원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 인수안, 미국 화학업체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안을 모두 승인했다.

대신 베스타게르 위원은 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에 장애가 되는 부분에는 가차 없이 철퇴를 가했다. 지난해에는 법인세를 회피한 애플에 130억유로의 천문학적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27일에는 구글에 불공정거래 혐의로는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물렸다.

다만 ‘플랫폼’에 ‘독점’ 논리를 적용한 이번 구글 과징금은 앞으로 미국과 EU 관계에 적잖은 파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검색엔진을 갖춘 구글이 쇼핑 비교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것이라면 유사한 논리가 아마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주요 플랫폼 기업은 미국 기업이어서 ‘독점의 정의’를 놓고 미국과 EU 간 공방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적 입장에서 벗어나 판단해도 결국 정치적 논란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의 판단이 다시 힘을 얻는 이유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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