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신청을 앞둔 미래에셋대우(006800)가 파생상품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파생상품을 이용해 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을 챙겨주는 방식의 영업 행위라는 주장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위험성을 인지한 금융당국의 영업중단 명령도 무시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의 책임을 70%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5월10일 파생상품 운용 실패로 7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일으킨 유로에셋투자자문과 판매사인 미래에셋대우에 대해 검사를 벌였다. 금융투자준법검사국과 소비자보호국이 동시에 실시한 검사는 다음달 7일 투자자들의 민사소송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반영해 최종 결론이 내려질 예정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대우증권에 이어 미래에셋대우로 합병한 후에도 리스크 관리가 허점투성이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2015년 1차 피해가 발생하자 해당 상품의 판매중단을 권고했지만 미래에셋대우가 이를 지키지 않았고 1년6개월 만에 2차 피해가 발생한 데 주목하고 있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60~80대의 고령층으로 1차 피해는 2015년 10월8일 옵션만기일에 코스피200지수가 급등하며 발생했다. 운용사인 유로에셋투자자자문이 위험회피(헤징)를 제대로 하지 않아 20%의 손실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원금보장이라는 투자권유서 문구에 이끌려 가입했다며 불완전판매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당시 대우증권 금융소비자파트장에게 △판매중지 △투자자와 투자자문 일임계약 △명확한 손실 가능성 공지 등을 지시했다. 하지만 1년6개월이 지난 5월에도 상품 판매와 운용이 계속돼 손실을 키웠다.
“리스크 고지 않고 노령층에 권유
영업 이익에 매몰된 악마의 거래”
유로에셋투자자문의 상품을 판매했던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센터의 A 프라이빗뱅커(PB)는 1차 손실 이후 환매하겠다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재운용과 추가 납입을 권유하며 1년 동안 1,200억원가량의 투자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유로에셋투자자문을 대신해 상품설명서를 직접 만들었을 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매달 수익률과 계좌정보가 게시된 문자를 발송하는 등 상품 운용 및 판매에 적극 개입했다. 투자자들은 신규 투자자를 모으며 끌어들인 자금을 이용해 일부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불하는 방식의 영업도 병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자체 감사 결과 업무절차나 가입 안내 프로세스에 문제가 없으며 개인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의 영업을 이익을 위한 ‘악마의 거래’라고 지적했다. 그는 “리스크가 큰 파생상품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그것도 은퇴자산을 투자하는 노령층에 권한 것은 이익에 매몰된 파렴치한 거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관경고 이상 제재 가능성
초대형 IB인가 심사 과정서
중지·지연 등 타격 불가피
미래에셋대우의 불완전판매 논란은 초대형 IB 인가에 논란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초대형 IB 인가의 발행어음 취급허용 심사과정에서 기관경고 이상 제재가 가능한 문제가 드러났을 경우 제재가 확정될 때까지 인가 심사를 중지할 수 있다. 기관경고 이상 징계를 받지 않았더라도 심사가 지연되는 것 자체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초대형 IB를 준비하는 한 증권사 임원은 “한정된 투자자산을 선점하려는 경쟁 때문에 인가 시점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그만큼 뒤처지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관계자는 “과거 인가과정에서 제재 가능성이 불거져 심사가 늦어지거나 최종 인가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다만 아직 미래에셋대우의 본인가신청서가 접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의 영향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도 “투자자 중에는 상품의 손실 가능성을 알았던 경우도 있어 모든 투자자가 불완전판매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로에셋투자자문은 2차 사고 이후 대표이사를 신용직씨에서 최현재 운용역으로 변경했다. 유로에셋투자자문은 설립 당시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본부장, 미래에셋투신운용 공동대표를 지낸 임진배 이사가 공동설립자로 등록돼 있었으며 대우증권에 이어 미래에셋대우가 독점적으로 상품을 판매했다. 유로에셋투자자문 측은 “계속 상품을 운용하고 있으며 불완전판매 논란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박시진·임세원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