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위치한 해병대 박물관 한쪽에 문재인 대통령이 산사나무를 심었다. 영어 애칭은 ‘윈터킹(Winter King)’. 겨울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잘 생육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영웅적인 투혼을 발휘한 장진호전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식수 의미를 소개했다.
박물관에는 장진호전투기념비가 있다. 장진호 일대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0년 겨울 미국 제1해병사단 1만5,000여명이 북진하다가 기습 남하한 중공군에게 포위당해 사투를 벌인 곳이다. 미 해병들은 혹한 속에서 약 17일간 버티며 함경남도 흥남으로 후퇴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을 따라 9만여명의 현지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랐는데 그중에는 문 대통령의 부친인 문용형씨 일가도 있었다. 문씨 일가는 흥남항에서 미국 상선 메러디스빅토리호를 타고 한국의 품에 안겼다. 문 대통령은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도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식수에 앞서 장진호전투기념비에 헌화하며 당시 희생된 미 해병들의 넋을 기렸다. 이어 “67년 전인 1950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며 “한국전쟁에서 치렀던 가장 영웅적인 전투가 장진호전투”라고 소개했다. 행사에 참석한 로버트 넬러 해병대 사령관은 “이 자리에 대통령님과 함께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화답한 뒤 “우리 두 나라의 굳건한 동맹 속에서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도전에 대해 함께 극복해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축사했다.
이날 장진호기념비 헌화 및 식수는 문 대통령이 방미 첫 일정으로 잡은 행사다. 그만큼 한미동맹을 중요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한미동맹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라며 “저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더 위대하고 더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당초 4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은 1시간10분간 이곳에 머무르며 진심을 다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했다.
현장의 기념비는 당초 미 해병대가 자체적으로 모금해 세우려던 것인데 그 소식을 접한 우리 정부가 기념비 건립비용 60만달러 중 3억원을 지원했다. /워싱턴DC=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